오늘도 어이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정말 중요한 걸 잃어버린 나는 잠깐 패닉에 빠져 책상 위에 쌓여 있던 노트와 종이들, 책과 메모지들을 모두 바닥에 쏟아 놓고 하나하나 손으로 더듬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왜 나한테는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속으로 울었으나 입 밖으로 내서 할 얘기는 아니었다. 옆에서 보고 있던 아내는 "천천히 찾아 봐. 안방엔 없어."라며 걱정스러운 눈으로 쳐다볼 뿐이었다.
지난 주에 들고 다니던 가방들을 여섯 번 정도 뒤집고 내가 갔던 곳마다 전화를 걸어 묻고 좀 찾아봐 달라 부탁을 한 끝에 찾고 있던 물건이 엉뚱한 곳에 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찾아서 다행이긴 하지만 그렇게 중요한 물건을 깜빡 잊고 놓고 올 수 있다는 게 얼른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문득 학생 때 친한 후배에게 아르바이트 비용 16만 원을 가져다 주러 버스를 타고 가다가 차 안에서 돈 봉투를 잃어버렸던 일이 떠올랐다. 다른 목적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오로지 돈을 주러 가는 길이었는데 그 돈을 잃어버리다니 스스로 생각해도 기가 막혔다. 당시 한 학기 등록금이 60만 원이었으니 적은 돈이 아니었다. 나는 아주 오랫동안 그 후배에게 미안해 하며 여러 번에 걸쳐 돈을 갚았다.
물건의 소재를 파악한 뒤 안정을 되찾은 나를 보고 아내는 "나 같은 사람이나 되니까 당신 데리고 살아주는 거야."라며 느긋하게 웃었다. 나도 힘없이 웃으며 알고 있다고, 고맙다고 대답했다. 진심이었다. 내일은 아내의 생일이다. 아내는 아침 일찍 운동을 하러 간다고 했으니 압구정역에서 맥모닝을 먹을 것이고 나는 아침에 그 물건을 찾으러 간다. 아내 같은 여자와 살아서 여러 모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