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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Mar 29. 2023

웹툰에서 시작해 창극, 드라마로 확장된 이야기의 힘

국립극단 창극 《정년이》

 


국립창극단의 창극 《정년이》를 보았다. 이자람의 팬인 아내가 깜빡 잊고 예매를 뒤늦게 하는 바람에( 작창· 작곡· 음악감독을 이자람이 맡았다) 하마터면 못 볼 뻔했는데 다행히 막공 표를 구했던 것이다. 오늘은 정년이 역 조유아 배우의 둥글둥글하고 능글맞은 연기와 소리 때문에 여러 번 웃고 몇 번 눈물도 흘렸다. 1950년대 여성국극 단원이 되고 싶은 정년이는 목포 시장에서 소리 하던 실력으로 서울로 올라온다. 정년이의 엄마가 왕년에 전도유망한 소리꾼이었지만 뜻을 접고 자신을 낳아 길렀다는 것도 모른 채.


110분간 진행된 극은 활기찬 극본과 베테랑 연기자들 덕분에 아주 재밌었다. 요즘은 창극도 많이 젊어져서 유머가 많고 애드립도 흥겹다. 무대 앞에 자리한 국악 오케스트라도 배우들과 완벽한 호흡을 뽐내며 박진감 넘치는 연주를 들려줬다. 조유아 외에도 국립극단 작품에서 자주 만났던 민은경 서정금 김수인 등 낯익은 얼굴들이 반가웠다. 극이 모두 끝나고 무대 인사 시간엔 배우들에 이어 음악감독 이자람, 극작가 김민정, 연출 남인우까지 모두 나와 인사를 했다. 막공이라 누릴 수 있는 행운이었다.


극을 보기 전 아내가 뮤지컬 덕후인 dotori5959님, jade_ock2님을 만날지도 모른다고 하더니 정말로 로비에서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이 분들은 우리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뮤지컬과 연극을 많이, 자주 보러 다니시는 분들이다. 물론 '정년이'도 벌써 여러 번 관람했다고 하셨다.  우리는 깔깔거리며 사진을 찍었고 다음에 또 만나자고 약속했다. 내가 나중에 집으로 한 번 초대하겠다고 했더니 두 분 모두 좋아라 하셨다. 아내는 객석에 앉아 "저 쪽에 앉아 계신 분이 redraw2000님"이라고 알려 주었다. 그분도 소문난 공연 관객이라는 것이다. 이 분들이 돈과 시간이 많아서 이렇게 공연을 보러 다니는 것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이런 분들이 계시기에 공연계가 건강하게 살아나고 또 돌아가는 것이다.


'정년이'는 원래  웹툰으로 유명한 작품이다. 극장에 들어가기 전 아내와 로비에 앉아 있는데 옆에 있는 분들이 "정년이, 드라마로 만들어진대."라고 하길래 귀를 기울였다. 정년이 역으로 김태리가 캐스팅되었다는 것이다. 얼른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해보니 신예은과 김태리가 드라마에 나오기로 했다는 보도가 이미 나와 있었다. 놀라운 일이다. 웹툰 원작자가 연재 시작 전부터 김태리를 연상하며 정년이를 그렸다는 후문이다. 웹툰에서 창극으로, 그리고 드라마까지. 좋은 콘텐츠는  멀티풀이라는 당연한 진리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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