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편성준 Apr 12. 2023

채사장의 도서관을 둘러싼 모험

채사장의 『열한 계단』리뷰

 


 채사장은 고등학고 2학년 겨울방학 때 우연히 『죄와 벌』을 읽고 "인간이 자신을 바꿀 수 있는 존재"임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이전까지 한 권의 책도 읽지 않은 그였지만 그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는 이미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삶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던 그는 『전쟁과 평화』 『이방인』 『폭풍의 언덕』 『데미안』 『호밀밭의 파수꾼』『셰익스피어 4대 비극』 등 문학의 숲을 밤새 헤매고 다녔습니다. 책은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비밀 통로였거든요. 늦은 밤 집으로 돌아가다가 소설의 마지막 부분을 마저 읽고 싶어서 지하철 벤치에 앉아서 읽을 정도로 그는 책에 빠져들었습니다.


채사장의 인문학 에세이 『열한 계단』은 한 사람이 독서와 자아 탐구를 통해 내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숨김없이 기록한 비망록으로서도 흥미롭지만 책 중간중간에 나오는 독서 행태나 도서관 풍경 묘사가 정말 좋습니다.  그는 아침 일찍 도서관에 가서 저녁 늦도록 책을 읽었답니다. 창으로 들어오는 붉은 노을을 즐기며 읽는 책도 좋았지만 그는 특히 '아침 도서관의 한산함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라고 고백합니다. 저는 이 구절을 읽으면서 조조영화를 보러 갔던 스무 살 시절 신촌의 한 한산한 극장 로비가 함께 떠올랐습니다. 수업을 빼먹고 혼자 갔던 극장의 로비는 얼마나 조용하고 평화로웠던지요. 그런 시간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혼자 있는 시간은 외로움을 만들기 도 하지만 때로는 한 인간의 내면을 채워주기도 하니까요.


저는 이 책을 전자책으로 사서 생각날 때마다 스마트폰으로 노트북으로 꺼내 읽고 있습니다. 지금은 체 게바라 부분의 '안 병장 이야기'를 읽고 있죠. 참, 제가 이 책을 산 날 저는 맨 앞에 있는 채사장의 '항해와 표류의 차이점'에 대한 글을 읽고 다음 날 아침  <어른들 말씀을 듣지 마라>라는 후배의 결혼식 축사에 그 내용을 넣기도 했습니다. 그 글은 나중에 저의 책 『살짝 웃기는 글이 잘 쓴 글입니다』에 수록되었죠. 그러니까 이 책은 이미 제게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래도 읽습니다. 좋으니까요.


#채사장 #열한계단 #웨일북 #리뷰 #독후감 #2023_mangmangdy_books #성북동소행성 #편성준 #인스타그램 #hidden__books

매거진의 이전글 안톤 체호프가 아니라 안똔 체홉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