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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Jun 13. 2019

성북동소행성에서의 남편의 위상

평범한 부부의 대화를 통해 유추해 보는 남편의 위치

사람들은 저희 집을 '성북동소행성'이라 부릅니다. 작지만 행복한 별이라는 뜻이죠. 뒤늦게 만난 커플이 성북동 꼭대기에 함께 살면서 소박한 행복을 만들어 가면 좋겠다는 마음에 제가 이름을 붙였습니다.


성북동소행성에 사는 저희 부부는 평소에도 많은 대화를 나누지만 잠들기 직전이나 잠에서 깬 직후엔 더 많은 대화를 나눕니다. 별다른 내용은 없습니다. 다른 부부들과 비슷하죠. 평범하고 싱겁기 그지없는 저희들의 대화 몇 꼭지를 소개합니다.


<Episode 1. 사랑해>

# 하루 일과를 마치고 잠들기 직전의 방안. 남편은 천장을 쳐다보고 있고 아내는 스마트폰 게임을 하고 있다.  

성준) 여보, 잘 자. 사랑해.
혜자) 응.

성준 ) 응이 뭐야?
혜자) 그럼?


성준) 나도 사랑해, 그래야지.
혜자) 아휴, 그래. 나도 사랑해.


성준) 고마워. (왠지 억울한 표정)


<Episode2. 게임>

# 아침. 남편은 천장을 쳐다보고 있고 아내는 스마트폰 게임에 열중하고 있다.

성준) 여보, 당신은 세상 사는 게 재미가 없어...?
혜자) 아니.

성준) 근데 어떻게 하루 종일 핸드폰 게임을 해?
혜자) 뭐가 하루 종일이야?
         아침에 일어나서 한 판 하고
         자기 직전에 또 한 판 하는 건데!

성준) 아니, 내가 보기엔 자리에 눕기만 하면 게임을 하길래...
혜자) 웃기지 좀 마.
성준) 내가 오해했어. 미안해.


<Episode 3. 거실 등>

#3. 자려고 거실에 자리를 깔고 누운 부부(책상을 방으로 들인 뒤부터 잠은 마루에서 자기로 했음)

혜자) 피곤하다. 그만 자자. (리모컨으로 TV를 끈다)
성준) 어, 거실 등이 켜져 있네?

혜자) 거실 등이 켜져 있을 땐 누가 꺼야 하지?
성준) 내가.


혜자) 얼른 꺼.
성준) 알겠어.(일어나서 불을 끄고 뿌듯한 표정으로 자리에 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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