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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May 14. 2023

양복을 입은 셰익스피어

박호산· 손상규의 연극 《오셀로》리뷰

셰익스피어의 연극은 400년 전에 쓰인 작품들이다. 너무 유명하고 이미 알려질 대로 다 알려진 내용인데도 지구 어딘가에서 끊임없이 공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4대 비극, 4대 희극이라 칭하듯이 그의 작품엔 웃음과 눈물, 사랑, 질투가 들어있어 그만큼 공감대도 넓은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매번 새롭게 재해석되는 쾌감이다. 이번에 본  《오셀로》는 몇 년 전 앤소니 홉킨스가 칼과 창 대신 총과 탱크를 들고 나왔던  영화 《리어왕》처럼 현대적이다. 안으로 깊게 파인 무대 위에서  양복 또는 스포티한 재킷과 바지를 입고 연기를 펼치는 이아고와 오셀로를 보고 있노라면 4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인간의 심성 밑바닥에 깔려 있는 감정의 파도는 똑같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박호산의 카리스마는 명불허전이었고 손상규의 능숙함이 돋보이는 연극이었다. 여배우들의 연기가 좀 아쉽다 생각되는 순간 비앙카 역의 이혜리가 튀어나와 악센트를 찍어 주었다. 공연 초반이라 그랬는지 대사 미스가 좀 있었다. 틀린 대사를 하거나 배우가 머뭇거리면 관객은 불안해진다. 그리고 이 반응은 곧바로 무대 위로 전달되어 또 다른 실수를 만든다.  어제가 딱 그랬다. 아직 익지 않은 연기와 대사가 흐름을 깨자 계속해서 작은 실수가 이어졌다. 하지만 이것 또한 연극의 묘미다. 대사 처리와 동선은 개선될 것이고 극은 더욱 탄탄해질 것이다. 6월 4일까지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상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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