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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Jun 07. 2023

고전영화를 닮은 사진들

사라 반 라이의 사진전


명동에서 열린 사진전에 왔다. 네덜란드 출신의 포토그래퍼 ‘사라 반 라이 @sarahvanrij '의 시선으로 바라본 서울의 모습은 놀라웠다. 공중전화, 간판, 여학생의 구두, 바둑판 위의 돌, 유리 출입문, 건널목을 건너는 사람, 아스팔트, 해장국집이나 의상실 등 가게 들을 담은 사진들은 흑백이든 컬러든 죄다 고전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깊이감을 주었고 와이셔츠를 입은 직장인의 모습에선 왕가위의 ‘아비정전’‘중경삼림’이나 허샤오시엔의 ‘쓰리 타임즈’가 뭉긍뭉글 떠오르기도 했다. 그리고 어떤 사진이든 두 개 이상의 ‘레이어’가 있어서 이야기가 훨씬 다층적이고 풍부했다.


 ‘일상의 가장 평범한 장면들을 찰나의 순간을 담은 이야기로 승화시키는 네덜란드 사진작가’라는 주최축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1층과 지하로 이어지는 사진들을 살피다가 홀에 서 있는 젊은 여성 직원에게 물어보니 1990년 생인 작가는 패션회사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다 사진도 찍어 보라는 제안을 받아 사진가가 되었다고 한다. 한국엔 3개월간 남자친구와 머물며 사진을 찍었는데 워낙 장 뤽 고다르나 왕가위의 영화를 좋아해서 사진을 찍을 때도 아이폰이나 유행하는 상품 등 현대를 상징하는 물건은 전혀 찍지 않음으로써 고유의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한다. 사라 반 라이의 사진들을 보면서  왜 고전영화가 떠올랐는지 의문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루이 비통 패션 아이』 <서울>’ 행사의 일환이라는데 놀랍게도 무료다. 시간 내서 한 번 와보시기 바란다. 6월 2일부터 7월 2일까지 서울 중구에 위치한 피크닉에서 진행된다.

- 전시기간: 2023. 6. 2(금) ~ . 7. 2(일) / 10:00 - 18:00

- 피크닉 ( 서울 중구 퇴계로 6가길 30 피크닉 별관 3F-4F

- 티켓정상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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