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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Jun 14. 2023

결말을 알아도 재밌는 소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독중감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읽는데 왜 천명관의 『고래』가 떠오르는 걸까요. 작가인 제인 오스틴이 너무 웃기기  때문이죠. 일단 엘리지베스나 그녀의 아버지의 대사들의 뒤틀린 유머가 매우 신랄합니다. 게다가 사흘 만에 두 여자에게 청혼을 했던 콜린스 씨의 멍청함을 묘사할 때는 제인 오스틴이 전지적 작가 시점을 넘어 무성영화 시절의 변사라도 된 듯 너스레를 떱니다. 키이라 나이틀리나 콜린 퍼스가 나오는 영상으로만 보다가 직접 책으로 읽으니 역시 책을 따라갈 매체는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반전은 책을 펴자마자 나오는 첫 문장 '재산깨나 있는 독신 남자에게 아내가 꼭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진리다.'부터 밑줄이 쳐 있고(유명한 소설의 첫 문장에 밑줄을 치는 버릇이 있다) 그 뒤에도 제가 책을 뒤적인 흔적이 있다는 것이죠. 아마 앞부분만 읽고 시간이 없어 내팽개쳤을 겁니다. 아내도 그랬다고 하더군요. 네. 이번 토요일에 열리는 '독하다 토요일'에서 함께 얘기할 고전소설이 바로 '오만과 편견'입니다.


어젯밤 230페이지 정도까지 읽었는데 아직은 잘 생긴 남자 위컴이 워낙 인물평을 나쁘게 하는 바람에 엘리자베스가 다아시에게 마음을 열지 못한 상태입니다. 그런데 결말을 아는 얘기인데도 이렇게 재밌을 일인가요? 이래서 '제인 오스틴 북클럽' 같은 게 만들어졌구나 깨달으면서 오전엔 다른 일을 하고 오후에만 읽어야지 하는 이상한 결심을 해보는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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