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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Jun 18. 2023

실장님과 본부장님으로 계속 다시 태어나는 다아시

독하다 토요일 『오만과 편견』 편 후기


한 달에 한 번 토요일 오후에  성북동 소행성에 모여 소설을 읽고 책에 대해 얘기하는 척하다가 술을 마시러 가는 모임 독하다 토요일 모임이 어제 있었습니다. 총 12명 중 8명이 모였습니다. 출장, 업무, 코로나 19 백신 후유증 등으로 네 명이 오지 못했습니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이 로맨틱 코미디의 원형이라는 데에 모두 이의가 없었습니다. 이백 년 전 여성들의 삶은 남자의 재력이나 애정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고 결혼이야말로 딸을 가진 집안의 가장 큰 비즈니스였다는 걸 생각하고 읽으면 이 소설은 단순한 연애소설 이상이니까요. 오죽하면 '여성 인권을 발명한 사람은 제인 오스틴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저자의 필력이 장난 아닙니다.


이번 회원들의 독서의 특징을 종합해 보면 일단 "어렸을 때 읽은 것과 지금 읽은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더라"라는 평과 함께 "책을 펼쳐보니 옛날에 앞부분만 읽다가 그친 흔적이 있더라"라는 고백도 줄줄이 이어졌습니다. "너무 재미있지만 책이 두꺼워서 결국 BBC에서 만든 콜린 퍼스 나오는 드라마로 보았다"라고 자수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1995년인가 BBC에서 이 드라마를 방영할 때 런던 거리에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는 얘기와 함께 원작에는 없는 '호수 장면'이 대 히트를 하는 바람에 콜린 퍼스 동상이 세워졌다는 얘기가 나왔는데 막상 인터넷으로 찾아본 사람들은 웃음을 터뜨려야 했습니다. 동상이 너무 유치한 것도 웃기지만 나중에 콜린 퍼스가 동상 옆에 가서 '인증 사진'을 찍은 것도 있었으니까요. 결혼을 할 기회가 두 번 있었는데도 결국 평생 독신으로 지내다 죽은 제인 오스틴의 생애가 그의 작품과 비슷하다는 얘기를 하며 자연스럽게 앤 해서웨이 주연의 영화 《비커밍 제인》 얘기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혜자 씨는 '좋은 고전은 시대를 뛰어넘는다'라고 말하며 소설의 통찰력을 칭찬했고 하늬 씨는 '무조건 사랑에 빠지기엔 경제적 상황 등 생각할 것이 너무 많아서 연애 따로, 결혼 따로 생각한다는 면에서는 요즘 세대와도 통하는 면이 많다'는 얘기도 했습니다. 미경 씨가 이 작품과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정조를 비교하며 열변을 토하기도 했습니다. 낭독극으로 만들어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얘기를 했죠. 기홍 씨는 '엘리자베스 아빠의 시니컬한 재치는 너무 마음에 들지만 엄마 캐릭터는 아주 단순하게 그리고 상대적으로 아빠는 슬기롭게 그린 건 못마땅하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제가 "아무튼 로맨틱 코미디의 남자 주인공은 재력과 잘생김이 기본인데 다아시는 그런 면에서 로코의 실장님 같은 존재"라고 하자 혜자 씨가  "요즘은 본부장님“이라고 정정을 해주어 다들 낄낄거리다가 술집으로 갔습니다. 1차는 혜자 씨가 정한 대로 대학로의 '두두'로 가서 막걸리를 마셨고 2차는 혜성 씨의 단골인 '샘쿡'으로 가서 맥주를 마셨습니다.  이 모임 재밌습니다.  다음 달 읽을 책은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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