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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Jun 22. 2023

대단한 에너지를 가진 소설

최진영의  『구의 증명』 리뷰

어제오늘 여행을 하면서 최진영의  『구의 증명』을 읽었다. 어렸을 때부터 함께 자라고 서로 좋아하고 사랑하게 된 구와 담의 이야기다. 그런데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는 아니다. 가난한 부모로부터 사채빚을 떠안은 구의 인생은 피곤하고 슬프다. 담이의 이모도 슬프고 구의 부모도 슬프다. 부모도 모른 채 이모 손에 컸던 담의 인생도 슬프기는 마찬가지다. 젊은이들의 삶이 이렇게 걍팍해도 되는 걸까 생각될 정도로 모질고 비극적이다. 그러나 담이에게는 강단이 있다. 그래서 길에서 죽은 구의 몸을 집으로 가져가 그걸 먹어서라도 구의 인생을, 존재를 ‘증명’하려고 한다.


이 소설은 거대한 독백의 퍼레이드다. 의식의 흐름처럼 쓰여진 최진영의 글은 어느 순간 망설이는 것 같기도 하고 어느 순간은 단호한데 이는 우리 인생의 순간순간과 닮았다. 최진영은 구와 담의 비극을 통해 돈이 모든 걸 결정하는 현대임의 삶을 고발하고 한탄한다. 아마 사랑하는 사람의 몸을 먹는 아이디어를 먼저 냈을 것이고 그 이야기를 전개하기 위해 빚에 시달리는 구의 이야기를 생각해 냈을 것이다. 뒤쪽에 나오는 ‘소니 빈의 전설’ 이야기는 소설가 최진영이 인간적이라는 건 무엇일까, 에 대해 얼마나 오래 깊게 생각했는지를 보여주는 꼭지다.

너무나 직설적인 주제라 독백이 아니면 불가능한 얘기가 많았을 것이다. 책을 펼치면 두 시간 만에 홀리듯 읽는다. 대단한 에너지를 가지 소설이다. 대천의 맥도날드에 와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다 읽고 급하게 냅킨에 독후감을 메모했다. 2015년 나온 책인데 요즘 역주행으로 화제다. 역주행의 이유가 궁금해서라도 읽고 싶는 책이었다.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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