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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Jun 19. 2019

독하다토요일 시즌3 첫 번째 모임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친한 사람끼리 모여서 한 달에 한 번 한국소설을 읽는 모임을 만들면 어떨까?'라는 나이브한 생각으로 시작했던 '독하다토요일'이 어느덧 시즌3을 맞이했습니다. 처음 대학로 '책책'에서 출발했던 모임 장소도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다가 지금 있는 광화문 역사문화박물관 맞은편 피어선빌딩에 있는 '청춘여가연구소'로 정하게 되었구요. 당분간은 이곳에서 모일 생각인데 날 좋은 가을 하루쯤은 동숭동의 시 전문서점 '위트앤시니컬'에서 모임을 하고 이어서 저희 '성북동소행성' 옥상에서 애프터를 해볼까 하는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2019년 6월 15일 토요일 오후 2시, 청춘여가연구소로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윤혜자 씨와 제가 1층에 있는 커피숍에서 빵을 사고 있는데 김은주 씨에게서 카톡 메시지가 왔습니다. 10층에 벌써 도착한 모양이었습니다. 우리는 아이스크림과 빵을 들고 올라가 문을 열었습니다.  먼저 온 사람들끼리 아이스크림과 커피를 곁들여 책을 읽고 있으려니 곧이어 임기홍 씨가 왔고 늦는다고 하던 김하늬 씨와 서동현 씨도 금방 도착을 했습니다. 3기에 합류한 김혜나 씨는 하필 첫날부터 다른 행사와 겹치는 바람에 오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김성희 씨도 집안 행사 때문에 오지 못했구요. 우리가  '독하다 토요일' 3기에서 읽을 책의 주제는 '작가들의 리즈시절'입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한국 작가들이 데뷔할 무렵이나 정말 눈부시게 잘 쓸 때의 작품을 하나씩 골라 읽으면 어떨까 했던 거죠. 고심 끝에 여섯 작품을 정했습니다. 그 첫 번째가 바로 그날 읽을 장강명의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제가 읽은 장강명의 책을 꼽아보니 표백, 한국이 싫어서, 댓글부대, 우리의 소원은 전쟁, 뤼미에르 피플, 열광금지 애바로드, 5년 만에 신혼여행 등 여섯 권이 넘었는데 그중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이하 그믐)이 가장 문학적 향기기 짙다는 생각에 선정을 하게 되었습니다(결국 다른 분들도 다 그렇게 생각한 건 아니라는 게 나중에 밝혀지긴 합니다만). 아시다시피 장강명은 기자 출신 소설가답게 취재가 치밀하고 주제의식을 선명하게 몰아치는 글쓰기가 특징인데 이 책은 좀 예외처럼 보였던 것이죠. 더구나 문학동네 작가상 수상작이기도 했구요.


아무튼 한 시간 정도 묵독을 한 뒤 세 시부터 '세 줄 평'을 잠깐씩 써본 뒤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시즌 첫 모임이고 새로 가입한 멤버도 있고 해서 돌아가면서 각자 소개를 하기로 했습니다. 새로 온 김은주 씨는 20년 간 방송작가 생활을 했는데 불의의 교통사고 이후 좀 쉬는 와중에 로버트 파우저 교수님의 특강에 왔다가 독하다토요일을 알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방송작가 시절의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서 곧 '맛있는 글쓰기'라는 이름의 강의도 준비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오랫동안 방송국에서 글 쓰는 일을 했지만 정작 우리나라 소설은 너무 안 읽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던 차에 '독하다토요일'을 만나 문을 두드리게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김은주 씨에 이어 나머지 멤버들도 간단히 자기소개를 하기로 했습니다. 덕분에 고등학교 선생님이라 밝히는 걸 싫어하는 임기홍 씨가 다시 한번 선생님임을 밝혔고 소설을 쓰고 있는 김하늬 씨가 학생 때는 응용통계학을 전공했고 지금도 아르바이트로 수학 과외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어 건축과 출신인 서동현 씨가 지금은 화장품 회사에서 '리테일 테크놀로지'라는 분야로 옮겨 온 오프를 넘나들며 물건을 파는 마케팅을 연구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출판기획을 오래 했으며 요즘도 매일은 아니지만 작은 출판사에 나가 이런저런 일을 하고 있는 윤혜자 씨가 자신을 소개하며 '합평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한국소설을 읽는 모임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그래서 우리 모임에 대한 자부심이 있고 새로운 책을 읽을 때마다 끊임없이 새로운 작가들을 만나게 되는 게 신기하기도 하다. 어쨌든 모임 덕분에 일 년에 최소한 열두 권의 한국소설을 읽으니...'라고 의의를 다시 한번 더 되새겼습니다. 마지막으로 얼마 전 별 야망이나 계획도 없이 회사를 그만둔 제가 왜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는지에 대해 두서없이 이런저런 변명을 늘어놓다가 늘 그렇듯이 뚜렷한 결론 없이 얼버무리며 인사를 끝냈습니다.  


임기홍 씨가 선생님이라 불리기를 유난히 싫어한다는 얘기를 제가 하면서 '선생 똥은 개도 안 먹는다'라는 얘기를 농담 삼아했는데 마침 그 얘기가 [그믐]에도 나오는 바람에 자연스럽게 작품 얘기로 이어졌습니다. 감하늬 씨는 며칠 전에 영화 [맨 인 블랙3]를 보았는데 거기에 과거 현재 미래를 순간적으로 다 보는 외계인이 나온다는 얘기를 하며 장강명이 그 영화를 본 건 아닐까 생각했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그 얘기를 듣고 저도 테드 창의 소설 '당신의 인생 이야기'에 나오는 '문장 전체를 한꺼번에 사유하는 외계인' 이야기를 끼워넣었습니다. 김하늬 씨는 [그믐]의 내용 중 '여자가 흩트렸던 소설 원고'가 전체 소설 형식과 맞닿아 있던 것 등을 거론하며 작가가 소재들을 직조하는 데 있어서 새로움을 보여주는 소설인 것 같다는 얘기를 했고 모든 인물들이 고르게 캐릭터를 부여받아서 읽는 사람에 따라 모두 다른 입장에서 글을 접하게 해주는 것 같다는 얘기도 했습니다. 특히 20~30대 여성의 대화와 심리를 기술한 대목은 정말 그 세대에게서 들은 걸 그대로 옮긴 것처럼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다고 했습니다.


저도 소설에 나오는 '여자'의 얄미운 형부를 묘사할 때나 큰 보람이 작은 보람이(여자의 이름이 보람이었는데 한 반에 세 명의 보람이가 있었던 에피소드) 얘기가 참 재미있었다고 했더니 김하늬 씨가 술 취해서 부모 얘기 좀 그만 하라고 핀잔받는 장면과 피해자라고만 생각했던 여자가 사실은 학생 시절에 큰 보람이를 은근히 따시켰다는 얘기를 듣는 장면 등을 거론하며 작품을 칭찬했습니다.


그러나 김은주 씨의 의견은 달랐습니다. 자신은 이 소설의 인상이 별로였는데 글을 읽어감에 따라 자신이 이미 익히 알고 있던 사실들(마포 지역의 설화나 손돌 이야기, 이동 양봉업자 이야기 등)이 속속 등장하는 바람에 아주 식상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건 흡사 남에게 들은 이야기들을 긁어모아서 소설로 만든 느낌이었다는 거죠. 소설가가 소설 작법에 충실하고 구조도 잘 세우기는 하는 것 같은데 소재 선택만큼은 전혀 새롭지 않아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너무 정색을 하고 비판을 하니까 약간 당혹스러웠습니다. '그렇다면 김은주 씨는 이미 알고 있는 상식들 때문에 스포일을 당한 거라 흥미가 떨어지는 거냐?'고 제가 물었더니 그것과는 다른 이야기라고 했습니다. 자신은 영화의 경우 스포일러를 오히려 좋아하는 입장이라고 하더군요.


찬찬히 얘기를 들어보니 소설에 나오는 소재가 식상한 것보다 흥미로운 이야기가 없다고 느끼는 게 더 문제인 것 같았습니다. 얘기를 듣던 김하늬 씨가 '그렇다면 김은주 씨가 생각하는 소설은 무엇인가요?' 라고 물었을 때 김은주 씨는 지금까지 듣지 못했던 뭔가 낯선 것, 그리고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매력 등이 우선이라 얘기하며 이번에 풀리처상을 탄 [오버 스토리]라는 작품을 예로 들었습니다. . 김은주 씨는 그걸 읽고 자신이 왜 한국소설을 잘 안 읽는지에 대해 알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뭔가 스케일부터 다르다는 것인데 제가 그 소설을 읽지 않아서 당장은 뭐라 할 말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외국소설과의 무조건적인 비교는 우리 모임의 취지를 넘어 엉뚱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오버 스토리] 얘기는 더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윤혜자 씨는 소설을 읽는 감성은 모두 다 다르니까 사람마다 인상 깊게 받아들이는 지점도 다를 것이라고 말하면서 자신이 이 소설을 읽으면서 불편했던 점에 대해 말했습니다. 실제 작가가 그랬는지는 알 수 없으나 문체나 구성이 문학상을 받기 위해 너무 애쓴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주 작정했네, 했어!라고 혼잣말을 하며 읽었다고 했습니다. 문학상 수상작이라 하면 뭔가 불친절하고 상징적으로 한번 꼬고 하는 느낌이 있기 마련인데 윤혜자 씨는 그런 부분이 불편하고 답답했다며 자기는 이런 문학성 있어 보이는 작품보다는 정유정이나 김탁환처럼 이야기를 향해 전력 질주하는 소설이 더 좋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러면서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우주알이 뭔지 잘 모르겠는 걸 보면 책을 더 열심히 읽어야겠다는 반성을 하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얘기를 듣던 김하늬 씨가 지난번 독하다 토요일에서 같이 읽었던 정지돈의 [건축이냐 혁명이냐]가 생각난다고 했습니다. 그 소설엔 일반인들은 전혀 모르는 건축가들이 대거 등장하는데 우리는 잘 모르지만 건축을 전공한 서동현 씨 같은 경우엔 이미 아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이야기였을 턴데, 김은주 씨의 경우쳐럼 아는 사람들 이야기라 지겹거나 실망하지 않았느냐 하는 물음이었습니다. 혹시 지루하셨냐는 질문에 서동현 씨는 전혀 그렇지 않았고 오히려 재미있었다고 했습니다. 어떤 소재를 아는 것과 그걸 다시 짜서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아주 다른 것이라는 것이었죠. 그렇다면 이 소설은 어떻게 읽었느냐는 윤혜자 씨의 질문에 그는 작가가 아주 영리한 사람이란 생각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대단히 초월적이고 고차원적인 개념들을 마포나루, 돛배 등 엉뚱한 것들에 적용시킨 게 흥미로웠고 어떤 면에서는 영화 [루씨]도 생각나게 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본 만화인가 애니메이션인가 <파이브 스타 스토리> 얘기를 꺼냈습니다. 스케일은 훨씬 못 미치지만 시간을 마구 뒤섞고 널을 뛰는 이야기, 사방에 산재해 있는 퍼즐을 맞추는 방식 등이 매우 비슷하다는 것이었습니다(나중에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그 작품은 우주 공간을 자유롭게 활강하며 수만 년씩 점핑하는 괴작이더군요. 작가가 '기분 좋으면' 한 번씩 연재를 하는 바람에 독자들이 아주 목이 빠진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작가가 그 작품에서 힌트를 얻은 거 아닐까 생각했다고 했습니다. 제가 장강명이 SF마니아라는 걸 다른 책에서 읽은 기억이 난다고 했더니 서동현 씨는 <파이브 스타 스토리>는 해설집이 따로 있을 정도로 복잡한 작품이라 스케일은 다르지만 시공간을 넘나드는 점이나 대화와 서술을 뭉개 놓은 것 등은 유사한  점이라고 했습니다. 대단할 것까지는 없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를 정교하게 잘 짜붙인 점에서는 안정효의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의 시나리오 에피소드가 떠오르기도 했다고 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책이 잘 안 읽혀서 힘들었다고 한 반면, 임기홍 씨는 책이 술술 읽혀서 참 좋았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똑똑하면 참 좋구나' 하고 소설가에게 감탄의 마음을 가졌다고 고백했습니다. 스토리의 시작부터 끝까지가 한꺼번에 다 들어 있고 그것들이 순환됨을 전제로 이야기가 쓰였는데 어느 하나 놓치지 않고 치밀하게 구성을 했다는 것이죠. 김은주 씨가 소설가들은 다 엑셀로 도표를 만든다고 하는 말을 듣자 저는 김탁환의 [대소설의 시대]에서 소설가 임두가 쓰고 있는 소설에 관한 족보들을 방안 벽 가득히 써 붙여놓았던 게 생각났습니다. 소설을 쓰면서 어느 팩트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면 이런 노력이 필요한 것이겠죠.


소설을 쓰고 있는 김하늬 씨도 엑셀 얘기에 공감하면서 자신은 아직 단편만 쓰니까 이런 작업은 필요 없지만 언젠가는 자신도 그런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 했습니다. 그러면서 '선수 치기'에 대한 얘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이 다 알고 있다 해도 그걸 소설로 쓴 사람은 장강명이 처음이듯 뭐든 결국 형상화하는 게 관건이라는 것이죠. 저도 일종의 '식자우환'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김은주 씨 같은 경우는 방송작가를 오래 하다 보니 시나리오 작법을 너무 잘 알아서 독자로서는 오히려 손해를 보는 케이스가 아닌가 하는 것이었죠.


김은주 씨는 우리나라 소설의 역사가 짧은 것도 하나의 요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말했습니다. 우리 소설의 역사가 짧다 보니 한국어로 놀아본 기억이 별로 없어서 소설의 지평도 상대적으로 그만큼 넓지 못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겁니다. 러시아 소설 같은 경우엔 일찍 발전을 했다가 혁명 이후 급격하게 몰락한 역사적 배경이 있는 것처럼 나름대로 다 이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지요. 김하늬 씨도 그 말에 찬동하며 요즘 우리나라 소설은 너무 오밀조밀해지는 경향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로 웹소설 같은 경우엔 오히려 너무 막 나가는 경우도 있어서 뭔가 '극단화'나 '양극화'가 일어나는 느낌이라고 했습니다.


표절 시비를 일으켰던 신경숙이 새 소설을 들고 나오면서 사과도 하지 않고 뭉개는 것에 대한 규탄이 좀 있었고 다른 소설들 얘기, 요즘 영화 얘기 등도 좀 했습니다. 윤혜자 씨가 어쨌든 우린 우리나라 소설을 읽고 얘기하는 모임이니까 소설이나 영화에 대한 얘기는 어떤 것이라도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도록 하자고 하면서 약간 다른 결을 가지고 있는 김은주 씨가 새 멤버로 들어와 기대된다는 얘기까지 하고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광화문 월향에 가서 애프터 모임을 하기로 했는데 김은주 씨, 김하늬 씨는 다른 약속이 있어서 나머지 회원들만 가서 막걸리와 안주를 먹고 마셨습니다. 술을 끊어서 물만 마시던 윤혜자 씨와 저는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 당첨된 뮤지컬 [썽씽 로튼]을 보러 먼저 일어나야 했습니다. 다음엔 김영하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라는 작품을 같이 읽기로 했습니다. 이 제목은 작가 프랑스와즈 사강이 마약 소지 혐의로 법정에 섰을 때 했던 말로 유명한데 김영하가 자살을 도와주는 사람을 내세워 흥미진진하게 써 내려갔던  데뷔 초기 대표작이죠.


책을 읽고 제가 썼던 세 줄 평과 모임 중간에 참석하지 못했던 멤버들이 보내온 짧은 리뷰를 첨부합니다.


김성희 씨)

패턴/시작/표절 ~나무,호텔,소원

묘한 소설이라고 느꼈고, 형이상학적이고 뫼비우스의 띠처럼.

우주알은 어찌 받아들여야 할지 조금 당황스러웠다.SF^^

여자 남자 아주머니 이름 없는 등장인물들이 소설 마지막 문장인

... 잠시 뒤 방향도 없어졌다. 오직 패턴만이 있었다. ......속에 스며든다.

좀 어렵고 느낌 그대로 매력적인 소설.

[훨훨 날아가고 싶어

나의 시간을 살고 싶어

자유로워지고 싶어]

인상 깊은 구절로 리뷰를 마칩니다.


김혜나 씨)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더 앞뒤를 알기 힘들게 되었다. 원래 시간순으로 서술된 작품이 아님은 분명했다. 중략

저희 실수로 당신 원고가 뒤죽박죽이 되었습니다.

딱 이런 느낌이었다. 처음에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현재와 과거와 미래가 뒤죽박죽인 느낌. 퍼즐 조각을 하나씩 맞춰가는 듯한 작품이었다. 엉킨 실타래 같은.

하지만, 마지막 조각을 맞추고 완성이 되었을 때 나는 뭔지 모를 먹먹한 감정이 들었다.

과거의 어떤 사건을 마주할 때 각각이 기억하는 방식이 다르듯 이 작품도 누구의 시각으로 읽어나가는가에 따라 다르게 다가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는 여자의 시선으로 작품을 따라간 것 같다.

오늘 만나서 많은 이야기 나누고 싶었는데 못 가서 죄송하고 많이 아쉽습니다.. 다음 달엔 꼭 만나 뵙겠습니다.


편성준의 세 줄 평)

문체와 구조가 섬세하게 직조된 장편소설이라 느꼈다.

'우주알'이라는 SF적 장치를 통해 인간사를 한낱 패턴으로 파악하던 작가의 냉철한 3인칭 시점이

어느덧 속죄와 배려라는 인간적 코드로 변환되는 의외의 반전이 매력적이다.

장강명의 소설 중에서 가장 문학적 향기가 짙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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