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순자와의 대화
아침부터 툇마루에 나가 누워 있는 순자 옆에 서서 이두박근 운동인 덤벨 컬을 한다. 왼쪽 팔의 테니스엘보가 많이 나아진 데다가 3KG짜리로 매일 꾸준히 운동을 하니 기분도 좋고 상쾌하다. 한 세트 15개씩 양쪽을 들어 올리고 반드시 2분을 쉬는데 그때 가만히 있을 때도 있지만 오늘은 마루에서 쉬고 있는 순자를 위해 파리채로 파리와 모기를 쫓았다. 우리 집은 장독대가 있어서 그런지 마당에 파리가 좀 있는 편이다. 더구나 이른 아침엔 간밤에 활동하던 모기들이 아직 남아 있어 물릴 수도 있는데도 순자는 태평하게 툇마루에 누워 있는 것이다.
파리채를 든 나를 보고 순자가 에엥~ 하고 운다. 얘는 어쩌면 파리채를 내 팔의 연장으로 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파리채는 내가 그걸 들었을 때 기능을 할 뿐 내 몸의 일부는 아니다. 사람은 파리채를 내 팔의 연장으로 보지 않지만 고양이는 그럴 수 있다. 문득 회사의 직급이나 사회적 지위 등도 파리채와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직책을 맡았을 때도 뭔가 일을 할 때만 기능하는 아우라를 마치 나 자신인양 착각할 때가 있다. 나만 그러는 게 아니라 상대방도 그런다. 사람도 고양이처럼 자주 단순해진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순자가 "나는 파리채를 니 팔로 안 보거든? 마음대로 좀 생각하지 말아 줄래?"라고 화를 낸다. 그렇다. 순자는 가끔 교활해진다. 특히 나와 둘이 있을 때면 본색을 드러낸다. 오후에는 비가 온다고 했으니 순자를 마루 안으로 들여놔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