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킹캣 : 말하는 고양이 순자 이야기
넓은 탁자 위를 두고
왜 자꾸 가장자리에 서냐고?
내 두 발을 믿기 때문이지
너는 걸핏하면 벼랑 끝에
선 기분이라고 엄살을 떨지만
알고 보면 사는 건 죽는 거지
누구나 천천히 죽어가지
그러니까 벼랑 끝도
무서워하지 마
벼랑 끝은
벼랑 끝이지
벼랑에서 떨어진 상태는
아니거든
두 발에 힘을 줘 봐
벼랑 끝은 의외로 단단해
그리고 네 곁엔 언제나
누군가가 있을 거야
그 사람을 놓치지 마
새벽에 일어나 고양이 순자를 보았다. 순자는 이상한 마법에 걸려 해가 뜨기 직전에 몇 분 동안만 내게 말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 그래서 내가 토킹 캣이라 부르는데, 오늘은 소리 내어 말하지 않고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자 순자 마음속의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엄청나게 건방지고 믿을 수 없게 유식한 고양이 순자. 박연준 시인은 『고요한 포옹』에서 집을 완성하는 건 고양이가 아닐까, 의심했는데 날이 갈수록 그 의견에 동의하게 된다. 고양이 순자가 나를 점령 중이다.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순자에게 무릎울 꿇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