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를 무는 실수를 저지른 순자

말하는 고양이, 토킹캣 순자

by 편성준


순자가 아줌마를 무는 만행을 저질렀다. 어제 평소처럼 침대에 누워 있는 아내 가슴 위에 올라가 얼굴 마사지를 받으며 가르랑 대던 순자가 돌연 아내의 손을 깨문 것이다. 그것도 살짝 문 게 아니라 온 힘을 다해 꽉 깨물었다고 한다. 나도 이런 일을 당해 봐서 그 강도가 얼마나 센지 잘 안다. 순자가 미쳤구나. 아내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이었다. 아내는 정말 화가 많이 났다. 짐승이지만 배신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순자에게 화를 낸 직후 외출을 할 때 신발장 문을 열다가 내 운동화가 걸리자 짜증을 냈다 평소 같으면 신발을 옆으로 치며 '그럴 수도 있지' 하는 표정을 지었을 아내다. 집으로 돌아오기 전 병원 다녀오라는 나의 카톡 메시지에 그러겠다고 대답한 아내는 그냥 들어왔다. 이유는 '버스 환승 타이밍이 너무 절묘하게 맞아서 갑자기 '병원에 들르는 게 귀찮아졌다는 것이다.

아줌마가 침대로 올라오는 자신을 발로 차자 순자도 충격을 먹은 것 같았다. 우리 집에서 순자의 사료나 간식을 구입하는 건 다 아내의 몫이다. 순자는 큰일 났다. 아침에 일어나 순자를 인터뷰했다(순자는 새벽에 잠깐 나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성준) 꼴좋다.

순자) 에효.

성준 ) 어쩌다 그랬어?

순자) 나도 몰라. 순간적이었어.

성준) 아줌마가 화가 많이 난 것 같은데.

순자) 나도 알아.

성준) 그런데도 표정이 똑같네.

순자) 다 조물주 탓이지.

성준) 웬 조물주?

순자) 너도 알다시피 고양이는 척추에 뼈가 많잖아.

그래서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도 유연하게 착지하고.


성준 ) 그런데?

순자) 그런데라니? 글을 쓴다면서 이렇게 머리가 안 돌아 가나?

성준) 이게 글 쓰는 거랑 무슨 상관이...

순자) 척추에 과도하게 뼈를 주느라 상대적으로 얼굴 근육이 모자라게 된 거야.

그러니까 나는 표정이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된 거지.

성준) 오, 그럴듯한데?

순자) 인간도 그런 놈이 하나 있었어. 스티븐 시갈이라고.

성준) 그 사람 별명이 스티븐 씨발이었지.

순자) 아이고, 수준 하고는...


아무튼 새벽에 침대 끝에서 자다가 아내에게 쫓겨난 순자는 초췌해 보였다. 아, 조때따, 라는 표정을 고양이가 지으면 저 정도라고나 할까. 아무튼 심심한 조의를 표한다.

다행히 아내의 손은 더 붓지 않는 것 같다. 어제 집에 있는 알러지 약을 먹고 잤다고 했다. 그 안에 들어 있는 소량의 항생제 효과를 노렸던 것 같다. 조금만 아파도 병원에 가느라 호들갑을 떠는 나와 달리 아내는 웬만하면 그냥 참는 스타일이다. 나는 우직한 아내보다 엄살을 떠는 내가 낫다고 생각하는데. 아, 얘기가 좀 빗나갔다.

아무튼 순자는 수난의 시대를 보내고 있다. 밥은 내가 챙겨 줬지만 간식은 언제 먹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누구나 잘못은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잘못을 거울삼아 새로운... 아, 내가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 거냐.


오랜만에 순자 얘기를 썼다. 이게 다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다. 마음의 여유는 어디서 나오냐. 돈이다. 돈은 어디서 나오냐... 아, 오늘은 상태가 메롱이다. 저녁에 있을 충무로 인현이음의 인문학 강연 준비나 마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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