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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Jul 06. 2023

좋아하는 작가가 누구세요?

작가가 쓰는 《에세이 한 편 제대로 쓰기》 첫 번째 수업 후기

어제저녁 8시. 《에세이 한 편 제대로 쓰기》 첫 번째 수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선착순으로 신청하신 열여덟 분이 한 분도 빠짐없이, 지각한 사람도 없이 모두 줌 카메라 앞에 모였습니다. 에세이를 쓰고 싶어서, 나아가 자신만의 글을 쓰고 싶어서 오신 분들이죠. 저는 에세이란 '서론-본론-결론'의 구조를 만들면 누구나 쓸 수 있는 글이라고 했습니다. 하나의 에피소드를 잡아 글을 시작하고 그 에피소드 때문에 피어난 상념이나 의견들을 넣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가면 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글의 주제는 결론 직전에 나오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말씀드렸습니다. 사실 이런 건 다 쓸데없는 이야기입니다. 글을 쓰려고 다른 약속이나 휴식을 포기하고 수요일 저녁 그 시간에 모인 분들의 마음속엔 이미 그런 구조쯤은 본능처럼 다 장착되어 있으니까요.


저희 동네에 사는 분이 둘이나 있었고 멀리 부산에서 사는 분도 있었습니다. 화성이나 구리, 양수리, 대전에 계신 분도 참가하셨고요. 직접 만나 강연하는 걸 좋아하지만 이런 지역 분포를 생각하면 줌 시스템이 참 유용하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열여덟 분이  사는 곳과 하는 일, 했던 일, 글을 쓰고 싶은 이유 등  간단하게  돌아가며 자기소개를 했습니다. 어떤 분은 남편이 신청했는데 갑작스럽게 회식이 잡혀 아내분이 대신 들어왔노라 고백하셔서 큰 웃음을 주셨습니다. 물론 부인이 수업 내용을 남편에게 잘 전달해 주겠노라 약속도 해 주셨고요.  


다들 흥미로운 이력과 이야기를 가진 분들이었습니다. 열여덟 분의 첫인사가 끝난 뒤 저는 “좋아하는 작가가 누구세요?”라고 물었습니다. 김영하 작가를 좋아하는 분도 있었고 은유 작가를 꼽은 분도 있었습니다. 저는 그분들을 좋아하기는 하되 그 작가처럼 되려 애쓰진 말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좋아하는 작가가 있는 것과 그 작가처럼 쓰려는 것은 다른 문제니까요. 김훈 작가를 좋아해서 김훈처럼 쓰려다가 실패하고 비장하게 쓰러지는 남성을 많이 목격했습니다. 나는 왜 그 작가처럼 안 써지나,  하고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 사람은 그 사람의 글을 쓰고 나는 나의 글을 쓰면 되는 겁니다. 글쓰기엔 일 등도 이 등도 없습니다. 제대로만 쓰면 누구나 일 등인 세상이 글쓰기 월드입니다.


글쓰기를 하면 글을 잘 쓰게 되는 것뿐 아니라 그동안 몰랐던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고 자신감이 커지는 부수 효과까지 누리게 됩니다. 어쩌면 이런 부수 효과가 글쓰기의 진정한 목적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아직 글을 쓰지 못한 분들이 자신의 글을 쓸 수 있게 도와드리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일은 지식이 많고 똑똑해야만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좋은 글쓰기 선생이 될 자질이 있습니다. 직접 쓰는 것도 좋아하지만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거기서 좋은 글을 끄집어내도록 돕는 걸 즐기는 편이니까요.


Everybody has a story.

몇 년 전에 제가 만든 도서출판 소행성의 슬로건입니다. 세상은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고 누구나 흥미로운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고 믿습니다. 이제 다음 주 월요일 밤 열두 시면 열여덟 분이 쓰신 글이 제 이메일로 도착할 겁니다. 이번엔 또 어떤 이야기들이 탄생할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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