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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Jul 11. 2023

희망과 허무라는 두 개의 날개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저에게는 신앙심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 고기를 잡게 해 주신다면 주기문과 성모송을 열 번씩이라도 외겠습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읽다가 이 장면에서 산티아고라는 남자가 참 귀엽네, 라는 생각을 했다. 신앙심은 없지만 가끔 기도는 하고 싶은 그 마음이 이해가 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헤밍웨이가  「깨끗하고 밝은 곳」이라는 단편에서 주인공인 웨이터에게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이름을 거룩하게 하옵시며...'로 시작하는 주기도문에 신이나 아버지 대신 '허무'라는 뜻의 스페인어 '나다'를 넣어 읊조리게 했다는 사실도 떠올랐다. 그는 퇴근길에 들른 바에서 뭘 드시겠습니까,라고 묻는 바텐더에게 "나다를 주게"라고 말하는 바람에 "여기 또 미친놈이 또 하나 있군." 이란 농담 섞인 핀잔을 듣는다.

자조적인 유머다. 헤밍웨이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희망과 허무를 잘 이해하고 있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누구나 희망과 허무라는 두 개의 날개를 펴고 인생이라는 바다 위를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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