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니오: 더 마에스트로》 리뷰
엔니오 모리꼬네 덕분에, 그의 영화음악 덕분에 커다란 화면으로 클린트 이스트우드,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세르지오 레오네, 올리버 스톤, 왕가위, 쿠엔틴 타란티노, 브루스 스프링스틴, 퀸시 존스, 존 바에즈, 팻 매시니, 제임스 햇필드 등 최고의 뮤지션과 감독 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었다. 아니, 그들이 엔니오 모리꼬네 덕분에 카메라 앞에 모여들었다고 하는 게 더 맞을 것이다. 영화음악이라는 단어만 나오면 자동 연상되던 엔니오 모리꼬네였는데도 막상 <황야의 무법자> 시리즈와 <시네마 천국> 음악을 다시 들으니 너무나 반가웠고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와 <미션>을 보고 들을 땐 저절로 눈물이 맺혔다.
어렸을 때 TV로 봤던 장 가뱅, 알랭 들롱 주연의 영화 <시실리안>의 음악도 엔니오 모리꼬네 작품이었다는 건 오늘에서야 알았다. 도대체 스탠리 큐브릭만 빼놓고 그의 손을 거쳐 가지 않은 영화가 있기나 한 걸까. 나는 특히 '미션'에서 로버트 드 니로와 제러미 아이언스가 손을 맞잡고 찡그린 얼굴로 웃을 땐 가슴이 찡했다. 나는 이 영화를 1986년 개봉관에서 봤는데 당시는 왠지 롤랑 조페 감독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서 영화의 진가를 제대로 몰랐던 것 같다. 하긴 그런 걸 다 알기엔 너무 어린 스무 살 시절이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 뚜라미 선배 재덕이 형과 지하철에서 이 영화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이 난다.
같이 영화를 본 아내도 엔니오 모리꼬네가 작곡은 물론 얼마나 시나리오 읽는 능력이 탁월했으면 그런 대단한 업적을 이루었겠느냐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이 영화를 만든 쥬세페 토르나토레의 편집은 너무나 성의 있고 기가 막히고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시네마 천국>을 만들 때 그를 대하던 엔니오의 성숙한 모습을 증언하는 장면을 보면 그가 이영화를 얼마나 진심으로 만들었는지 알 수 있다. 음악과 영화와 감동이 쏟아진다. 러닝타임 156분이다. 극장 갈 때 커피는 삼가시기 바란다. 오줌보 터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