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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Aug 09. 2023

성수연은 왜 꿀벌을 연기 했을까?

연극 <B, Be, Bee>

이 연극의 주인공은 사람이 아닌 꿀벌이다. 성수연은 왜 꿀벌을 연기했을까? 어쩌면 이 질문은 ‘왜 연기자는 무대 위에서 인간 만을 연기해야 하는 것일까?’라는 질문 다음에 나와야 하는 건지도 모른다. 물론 어린이극이나 연극 <에쿠우스‘의 말들처럼 동물을 연기하는 연기자들도 있다. 배우이자 크리에이터인 성수연은 꿀벌을 주인공으로 하는 모노드라마를 통해 ’인간 중심 주의’를 의심해 보기로 한다. 꿀벌이라는 표현하기 어려운 존재를 등장시키고 햄릿의 대사 ‘존재할 것인가 존재하지 않을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대사의 ‘Be’를 ‘Bee’로 치환하는 언어유희로 연극의 주제를 존재론으로 확장시켜 보기도 한다. 아울러 마흔 살 비혼 연극배우이며 성북구 주민인 자신의 삶을 연극에 적극 개입시켜 '정상 가족'이라는 부르는 사회의 통념을 뒤집어 본다. 그 과정에서 들어간 여든 살 노모와의 실제 인터뷰 음성이나 사진을 바탕으로 한 사실감 넘치는 대사들은 심각함 속에 작은 웃음을 선사한다.


모노극이지만 코러스로 등장하는 다섯 개의 스피커 음성 덕분에 단조로울 틈이 없었다. 특히 '계속 다른 꿀벌을 연기하시오'라는 코러스의 주문에 의해 세워 둔 트램펄린 뒤에서 계속 나타나 때로는 귀엽게 때로는 건달처럼 연기하는 각양각색의 꿀벌들의 모습과 대사는 배꼽을 잡게 한다. 혼자서 계속 율동을 하고 옷을 갈아입고 심지어 줄을 타고 공간을 날아다니는 성수연, 자그마한 체격에 꿀벌무늬 의상을 입고 열연하는 성수연의 당찬 목소리와 발음은 멋지다. 우란문화재단에서 오늘부터 공연을 시작했다. 아내와 연극을 보고 나오면서 ‘자신이 만든 어떤 생각이나 이야기로 다른 사람에게 의미를 주는 것은 멋진 일이다’라는 얘기를 나누었다. 성수연 배우도 그런 사람 중 하나다. 나는 예전에 본 연극 <로드 킬 인더 씨어터>를 떠올렸고 아내는 얼마 전 두산아트센터에서 성수연 배우의 강연을 들은 뒤에 본 연극이라 더 울림이 컸다고 말했다. 2023년 8월 19일까지 성수역4번출구 나가면 있는 '우란2경'에서 공연한다.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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