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편성준 Aug 25. 2023

볼 때마다 명작이라는 생각이 드는 영화 《보디 히트》

유튜브를 통해 보고 싶던 옛날 영화를 다시 감상했습니다

고백하자면 《보디 히트(Body Hea)》는 내가 요즘 다시 보고 싶었던 영화 두 편 중 하나였다. 처음 이 영화를 본 건 고등학교 때였다. 캐서린 터너의 농염한 매력과 윌리엄 허트의 지적인 분위기가 묘하게 잘 어울렸다는 점과 뒤통수를 치는 강한 반전이 기억난다. 윌리엄 허트가 마이애미 바닷가를 조깅을 끝내고 곧바로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피우니까 친구가 "조깅 후에 담배라. 몸 꽤나 생각하는군."이라 농담하던 장면도 잊을 수 없다. 이 영화를 다시 본 건 광고대행사를 다니던 시절이었다. 두 번째로 보면서 미키 루크가 윌리엄 허트를 도와주는 단역으로 나오는 걸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그리고 오랫동안 이 영화를 잊고 있다가 갑자기 다시 생각이 나서 유튜브를 찾아보니 1,200원이면 이 영화를 하루 정도 빌려서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버스  한 번 타는 요금보다 싸다는 생각이 드니 빌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는 어제와 오늘에 걸쳐 이 영화를 다시 봤다. 역시 좋았다. 굉장히 고전적인 필름 누아르와 1980년대의 촌스러운 컬러, 그리고 플로리다 마이애미의 끈적끈적한 공기가 섞이니 정말 야릇하고 매력적인 영화가 탄생했다.  


로렌스 캐스단이 누구인가. 스타워즈 시리즈 1, 2편인  《제국의 역습》과 《제다이의 귀환》 그리고 《인디애나 존스》의 시나리오를 쓴 사람 아닌가. 그래서 그런지 이 감독의 1981년도 데뷔작인 이 영화도 대사는 물론 플롯의 짜임새가 무척 좋았다. 별 볼일 없던 변호사 러신이 우연히 갑부의 아내 매티와 만나 미친 듯이 섹스를 하고 사랑에 빠져 그녀의 남편을 살해한 뒤 재산을 가로채려 한다는 게 이야기의 줄거리인데  중간에 단 한 번 등장하는 매티의 친구 매리 앤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완벽할 뻔했던 범죄는 실패로 돌아가고 라신은 감옥에 갇힌다. 감옥에 있는 사람이라면 남는 건 시간밖에 없지 않은가. 그는 매티와 매리 앤이 고등학교 동창이라는 말이 생각나 위튼고등학교 졸업 앨범을 구해본다. 매티의 사진 밑엔 장래 희망란에 '졸업'이라 쓰여 있고 매리 앤의 사진 밑엔 '부자가 되어 외국에서 살기'라고 쓰여 있다. 매티는 메리 앤이었던 것이다. 정말 기가 막힌 반전이다.


로렌스 캐스단의 영화 중엔 《그랜드 캐년》같은 진지한 작품도 좋지만 앤 타일러 원작의 《우연한 방문객》이야말로 그의 진가가 드러나는 매력적인 소품이다.  여기서도 윌리엄 허트가 나오고 상대역은 지나 데이비스인데 개 조련사로 나오는 그녀는 너무 엉뚱하고 사랑스럽다. 일단 유튜브에 들어가서 '보디 히트'부터 보시기 바란다. 아,  다시 보고 싶었던 영화 두 편 중 또 하나는 더스틴 호프만 나오는 존 슐레진저 감독의 《마라톤맨》이었다. 이건 다른 경로를 통해 구해 보았다. 어렸을 때 TV에서 배한성 더빙으로 봤는데 다시 봐도 명작이다. 우리가 시간이 없지 언제 영화가 없었나. 이번 주말엔 집에서 흘러간 영화 한 편 보시기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는 왜 남의 삶이 부러울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