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편성준 Aug 25. 2023

탈북자 소재로도 이렇게 재밌는 연극이 나오는구나

연극 《아는 사람 되기》

극단 바바서커스 인스타그램에서 가져 온 사진입니다 

‘타인은 지옥이다’라는 사르트르의 말은 인간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웅변해 준다. 극단 바바서커스 사람들은 2021년부터 이런 철학적 이슈를 탈북자에게 투사해 보기로 결심한다. 탈북자나 분단  얘기라고 꼭 심각하게 할 것 없다, 탈북자도 사람이라는 생각만 있으면 얼마든지 시트콤처럼 재밌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 뭐 이런 생각들이 모여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는 전 세계 유일의 분단국인 만큼 남북분단, 빨갱이, 진보 보수 논쟁 등으로  대표되는 '타자화'의 예가 발에 채일 정도로 널려 있기 때문이다. 2021년부터 인터뷰와 각자의 독서, 공동 답사, 워크숍, 입체낭독극 등으로 치근 차근 발전을 시켜온 연극 《아는 사람 되기》가 드디어 오늘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막을 올렸다.


아내와 나는 김보나 배우의 팬이라 갔는데 극이 시작되고 정수라의 '아, 대한민국'이 흐른 초반부에 김보나 배우가 주연처럼 나와 능청스러운 탈북자 연기로 혼을 빼놓는다. '은영의 아는 사람 되기' '재석의 아는 사람 되기' '현주의 아는 사람 되기'등 세계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는 연극은 탈북자와 남로당 가족의 피해자, 진보성향 애엄마 등으로 입장을 바꾸어 가며 다채롭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중간중간 삽입된 인터뷰 장면들은 씁쓸한 이념대립과 외면부터 배꼽을 잡게 하는 엉뚱한 현실 인식까지 다양한 목소리들을 접할 수 있다.


배우들의 연기가 뛰어나고 움직임마저 좋은 것은 훌륭한 각본과 연출은 물론 '드라마터그'와 '움직임감독'까지 따로 배치한 치밀함 때문일 것이다. 잠깐 만났던 김보나 배우에게 들었는데 두 번째 에피 재석의 얘기는 실제로 공동연출 심재욱 감독 가족의 이야기라고 한다. 그래서 그토록 사실성과 진심이 함께 느껴졌던 모양이다. 연극이 끝나고 로비에서 연극 관계자들로 보이는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 얼싸안고 인사를 나누며 격려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어떤 담론을 이야기로 만드는 데는 연극만큼 빠르고 유연한 수단이 없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해주는 멋진 연극이었다. 철학적 가치는 물론 꽉 짜인 드라마로서도 강력추천이다.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9월 3일 일요일까지 상연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볼 때마다 명작이라는 생각이 드는 영화 《보디 히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