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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Aug 30. 2023

힘센 두 여성의 북토크

최은영  + 요조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북콘서트

요조 작가가 사회를 보는 최은영 작가의 북토크에 다녀왔다.  마포도서관 마중홀은 무척 컸는데 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번호표를 받아 입장했다. 최은영  작가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고 요조 진행자의 파워를 새삼 느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요조는 인상적인 독자평 중 '1 단편 1 오열'이라는 문장을 들고 나와 최은영이 자아내는 슬픔의 세계에 대해 물었다. 최은영은 어렸을 때부터 슬픔이 많은 사람이었는데 그걸 참고 회피하려다 보니 디스크도 터지고 위도 안 좋아지는 등 건강을 해치고 급기야  30대 중반엔 눈물이 나오지 않는 지경이 이르렀다고 한다. 그때부터 다시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며 제대로 우는 법을 배운 최은영은 오랜 시간 자신이 가진 슬픔을 갈고닦으며 작품으로 승화시킨 듯하다.  

  

요조와 최은영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년 전 요조가  《IVE 매거진》이라는 잡지에서 인터뷰어를 맡으면서 심층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요조가 최은영의 대표작인 『쇼코의 미소』나 『밝은 밤』은 물론 「임보일기」「선택」「601·602」까지 두루 언급하는 걸 보고 대단한 사람이라 느꼈던 기억이 난다. 그런 만큼 서로에 대해 잘 알고 깊이 이해하는 사이였으니 책을 내고 처음 갖는다는 이번 북토크는 재미있을 수밖에 없었다.


워낙 감정의 결을 섬세하게 다루는 작가이다 보니 단체톡방에도 억울함이나 서운함 등의 감정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느냐는 질문이 많았다. 최은영은 작품을 쓸 때 자신은 혼자가 되어야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예전과 달리 이제는 감정이 소모되는 사람까지 만나고 싶지 않아서 인간관계가 많이 좁아졌다고 농담을 하자 요조가 자기도 그렇다고 맞장구를 쳤다. 요조는 노련한 진행자였다. 최은영이라는 거대한 세계가 요조 앞에서는 단박에 개인적인 이야기로 변해 경계를 허무는 게 보였다. 요조는 카톡방 사연들까지 실시간으로 읽어가며 '어떻게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느냐'는 질문을 했고 최은영은 '글은 마감이 쓴다, 마감이 닥쳐오면 산책하고 책 읽고  별별 짓을 다해 뭐라도 떠올리고, 그게 들어오면 굴려 보고 키우고 해서 소설을 쓴다'라고 털어놓았다. 바둥거림 끝에 겨우 쓴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그 얘기를 들은 요조는 "여러분, 최 작가의 영업비밀은 바둥거림이었습니다."라고 말해 관객을 웃기는 식이었다.


나도 궁금했던 단편  「답신」의 모티브는 교도소에서 여성 재소자들이 남성에 비해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많다는 뉴스를 들으며 시작되었다는 것을 오늘 최은영 작가에게 들어 알게 되었다. 그는 자신이 쓴 글을 끊임없이 고치는 성실한 작가이고 그러기에 단편을 장편으로 발전시킬 생각이 드는 경우가 전혀 없다고 했다. 이미 뺄 게 없을 때까지 최선을 다해 썼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요조는 슬픔이 많고 여리다고 하지만 얘기해 볼수록 최은영 작가는 용기가 있는 것 같다며 감탄했고 최은영은 진행을 너무 잘해서 자신이 예전에 유튜브로 '소설 잘 쓰는 법' 같은 것까지 검색한 사실을 털어놓게 하는 요조의 능력을 부러워했다. 내가 보기엔 두 사람 다 힘이 센 여성이었다. 오늘은 저녁에 운동을 해야 하는 날인데 이 북토크에 참여하고 싶은 나머지 적지 않은 돈을 내고 다니는 '근력학교'에 결석을 했으니까.


한 시간 남짓의 시간이 후딱 지나갔다. 요조 작가는 마지막 인사를 하면서 북토크에 오신 팬들이 할 수 있는 최고의 능력 보여주기는 "이 책 좋아요"라고 후기를 남기거나 응원의 글을 쓰는 것이라고 말했고 나는 힘센 두 여성의 명령에 고분고분 복종하는 의미로 내일 강연 준비도 뒤로 미루고 이 리뷰부터 쓰고 있다. 이제 끝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 물으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겠다. 이 책 좋아요. 그리고 최은영과 요조는 힘이 세요...... 물론 근육보다 생각과 마음의 힘이 더 센 여성들이라는 건 다들 아시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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