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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Sep 11. 2023

어쩌면 글쓰기 강연은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문체부 예산 삭감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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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낙성대역 1번출구에 있는 《책방여여》에 가서 두 시간 동안 글쓰기 강연을 했습니다. '편성준 작가와 함께 하는 매력적인 글쓰기 모임'이라는 제목이었는데요, 제가 이렇게 글쓰기에 대한 얘기를 하고 다닐 수 있는 것은 한국서점조합연합회와 문체부 등이 ‘우리동네 문화서점’이라는 이름의 2023 지역서점 문화활동 지원 사업 일환으로 20군데의 지역 서점을 선정·발표했기 때문이죠. 저는 일산의 《오후서재》 허지수 대표가 응모한 <편성준 작가와 함께하는 매력적인 글쓰기 모임>이라는 기획안 덕분에 이런 자리를 갖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진주문고》 이병진 팀장의 추천도 큰 몫을 했고요. 모두 고마운 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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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여여'는 6평짜리 작은 서점이었습입니다. 직장을 다니다 퇴직하고 서점을 차린 최민아 대표는 개업한 지 몇 달 안 되어 모든 게 서툴다고 했지만 이전부터 참여하고 이끌어 오던 독서모임 회원들 간의 유대관계가 끈끈해 보였습니다. 어제 참석 인원은 여섯 명이었습니다. 저는 작은 모니터 위에 준비해 간 PPT를 띄워 놓고 강연을 했습니다. 글쓰기를 하는 목적은 아름답고 유려한 글을 쓰는 데 있는 게 아니라 내 생각을 어딘가에 전하기 위해서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어떤 글이 좋은 글인지 얘기하는 건 매우 힘든 일이기에 제가 일상을 소재로 쓴 글들과 함께 다른 작가와 시인들의 글을 여러 편 소개하며 의견과 주장을 나누었습니다.

강연 중간에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렸더니 어떤 분은 도서관에서 빌려 온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를 어머니가 먼저 읽으시고 "너무 재밌어서 그날 밤 다 읽었다"라고 하시는 말씀을 듣고 관심이 생겨 제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광고대행사에서 기획 업무를 3년 간 하다가 퇴사를 한 여성분도 계셨고 은행에서 관련 어플을 만들고 있는 남성분도 오셨습니다. 이 분은 이 동네에서 20년을 살았는데 작은 서점 찾아다니는 걸 좋아한다고 하시더군요. 얼마 전 서울로 올라와 친척집에 묵으며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여성분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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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가 끝날 때쯤 대행사에 다녔던 분이 '논리적인 글쓰기'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으며 질문을 했습니다. 저는 어떤 에피소드로 시작하든 거기서 발생하는 생각을 적고 마지막엔 그 이야기를 통해 얻은 교훈이나 통찰을 일반화시킨다면 보다 논리적인 느낌을 줄 수 있을 거라 했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좋아하셨습니다. 저는 "개떡 같이 얘기해도 찰떡 같이 알아들어 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인사를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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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인사에서는 더 이상 이런 강연을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문체부가 2024년 예산안 중 지역서점 지원 예산을 전액 삭감했기 때문이죠. 물론 문체부 관계자는 “여태까지 개별 서점들을 지원해 왔다면, 내년부터 지역서점 관련 공동망·운영기반 개선 등 인프라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바뀐 것이지 전액 삭감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말입니다. 어쨌든 한국서련이 밝힌 대로 '문체부 전체 예산의 0.2%밖에 되지 않는 11억 원'이 모두 사라졌으니 이런 북토크나 강연을 하려면 서점 주인이 백만 원도 넘는 돈을 개인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계산이 됩니다. 책 팔아서 월세도 내기 힘든 마을서점 사장님들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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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부가 책 읽는 국민을 싫어한다고 믿고 싶지는 않습니다. 관련 공무원들도 마포구청장의 사례처럼 '마을도서관은 효율이 떨어지니 독서실로 바꾸자'는 시대착오적인 생각을 모두 하고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내년부터 '공동망·운영기반 개선 등 인프라를 지원'한다는 명목 하에 기존의 작은서점 행사 진행비를 몽땅 없애기로 한 정책은 재검토해주시기 바랍니다. 여야 국회의원들도 관심을 기울여 주시기 바라고요. 국회의원들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입법기관 아닙니까. 분명히 지역 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겁니다. 제발 부탁 드립니다. 덕분에 글쓰기 강연 후기가 심각해졌잖아요. 이게 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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