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편성준 Sep 19. 2023

무병장수하며 신나게 살라는 말씀

책쓰기 워크숍 끝내며 들은 덕담


“몇 살까지 살고 싶어?”

아내와 가끔 이런 얘기를 주고받는다. 우리는 늦게 결혼해 아이도 없고 누구에게 물려줄 재산이나 갚을 빚이 있는 것도 아니므로(아, 은행이 있구나. 은행은 우리가 죽으면 달려와 빚잔치를 하겠구나) 둘이 재미나게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함께 죽어버리는 게 최고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세상 일이 그렇게 마음대로 될 리가 없다. 아내는 너무 늦게까지는 살고 싶지 않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나도 같은 생각이지만 해마다  꼬박꼬박 나이를 먹는 걸 피할 방도는 없다. 그래서 운동을 한다. 아내는 팰든 크라이스 무브를 다니며 몸 쓰는 법을 이 년째 배우고 있고 나도 최근 근력학교라는 곳에서 일주일에 두 번씩 천천히 몸을 만들고 있다. 인생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꾸준히 글 쓰고 강연을 하는 데도 필요하고, 간간히 여행도 하고 적당량의 술을 꾸준히 즐기려면 건강이 우선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제는 소행성 책쓰기 워크숍 13기 마지막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지난 5월 1일 시작해 5개월 동안 신나게 책을 기획하고 원고를 쓰는 시간을 가졌다. IT 분야에서 일하다 드립커피 전문점을 차린 분도 있었고 변리사로 일하다 번아웃을 경험한 뒤 기적적으로 그림을 만나 새 삶을 찾은 분도 왔다. 외국계 기업을 그만두고 서울을 여행하듯 다니는 분은 자신의 이야기가 얼마나 재밌는지 모르고 있었다. 뒤늦게 어머니와 ‘국이 식지 않는 거리’에 살게 된 분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과연 내가 책을 쓸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온 사람들이지만 차근차근 글을 써 내려가면서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게 뭔지 알게 되었다고 했다. 잘못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결코 그런 게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고 했다. 수업이 끝나가는 마당에 그런 이야기를 듣는 건 너무 기쁘고 뿌듯한 일이었다. 네 분 중 누가 책을 쓰고 출간을 하게 될지 모르지만 나는 이미 이 분들이 책쓰기 워크숍을 통해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마지막날이므로 수업이 끝난 뒤 동네 치킨집 꼬꼬댁꼬꼬로 달려가 치킨과 맥주를 먹고 마셨다. 가게가 붐비는데 아르바이트생도 없이 사장님 혼자 일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로란 선생이 자기 맥주 잘 따른다고 했더니 사장님이 그럼 따라먹으라고 했고 로란 선생이 디스펜서에 가서 맥주 여섯 잔을 따랐다. 더 놀라운 건 자리에 앉은 로란 선생이 “사실은 맥주 따라 본 거 오늘이 처음”이라고 고백했다는 사실이다. 내가 페스코 베지터리언인 아내를 위해 간단한 안주 하나를 더 시키겠다며 골뱅이무침을 주문했더니 사장님이 “골뱅이무침이 제일 하기 어려워. 바뻐 죽겠는데!”라며 야단을 치셨다. 사장님이 그러거나 말거나 여섯 사람은 이 주일에 한 번씩 만나며 점점 나아지던 서로의 글쓰기에 대한 감탄과 감흥을 나누며 즐거워했다.


마지막 수업이라고 네 분이 네 장의 엽서에 각각 편지를 써가지고 오셨다. 즐겁고 뿌듯한 시간이었다는, 고마움을 전하는 사연들이었는데 로란 선생이 쓴 ‘무병장수하며 신나게 사랑하고 놀아주세요’ 부분에서 빵 터졌다. 아내는 우리 부부의 목표가 ‘이족보행에 타인에게 도움받지 않는 상태’로 살다가 죽는 것이라며 깔깔깔 웃었다. 엽서에 써 있는 대로 무병장수까지는 아니더라도 건강하고 즐겁게 사랑하고 놀멘놀멘하고 살다 가는 걸 목표로 삼아야겠다 다시 한 번 결심한 월요일밤이었다.


*그리고, 혹시 이 분들의 이야기에 관심 있는 출판사는 윤혜자 씨에게 연락해 주십시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