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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Sep 29. 2023

해피엔딩을 선물하는 심청이

창극 《심청가》 초간단 리뷰

국립극단의 창극은 오페라나 뮤지컬을 보는 기분으로 본다. 잘 알려진 판소리나 소설 원작의 내용은 무대의 크기와 이야기의 시대성, 찰기 등에 따라 얼마든지 변형이 가능하다. 이번 심청전은 추석 명절을 맞아 관객들을 위로하는 의미가 컸다. 안숙선·손진책의 판소리 본연만 살린 심플한

기획은 유태평양의 연기와 가창력을 중심으로 심청을 히로인이 아닌 히어로처럼 만든다. 옥황상제가 사해용왕들을 소집해 심청을 잘 모시라고 특별 지시를 내리거나 맹인 잔치에서 심학규는 물론 다른 소경들까지 화끈하게 다 눈을 뜬다는 설정은 ‘해피엔딩 바겐세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다. 그러나 그러면 좀 어떠랴. 관객들은 뺑덕어멈 역을 맡은 조유아의 능청에 허리를 잡고 웃었다. 다시 태어나 황제의 아내가 된 심청에 안심했다. 주요 장면마다 모두 나와 소리 높여 노래하고 진정으로 연기하는 국립창극단 단원들에서 기이한 연대감을 느꼈다. 씁쓸한 일이 즐비한 명절 연휴에 이런 창극은 고맙다. 10월 1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상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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