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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Oct 07. 2023

왜 그런지 자꾸 눈물이 나, 이 에세이는

정지아 에세이를 읽다가 독중감


기차에서 정지아 작가의 에세이집을 읽는데 자꾸 눈물이 난다. 눈이 내리던 날 밤 처음 음주 세계에 발을 들여놨던 40년 전 친구들의 모습에도 눈물이 나고, 포천 여인숙 옆방에서 공동 형광등을 끄고 사랑을 나누다 흐느낀 군인 이야기와 그 옆방에서 그걸 숨죽여 듣던 짧은 청춘들에도 눈물이, 왜 사냐는 영어 원어민 강사 데이브의 물음에 “우리에겐 알콜이 있잖아. 알콜처럼 인생에 잘 어울리는 게 없어.”라고 위로하던 정 작가의 멘트에도. 그리고 누군가의 본성을 드러나게 해 주던 지리산 종주의 힘듦과 누군가의 허물을 덮어주기도 했던 술, 그 오천 원 내고 여섯 명이 만취한 이야기에도 눈물이 고인다.

그만 읽어야겠다. 기차에서 책 읽다가 눈두덩 문지르는 남자는 좀 웃기고 마침 차창 밖엔 동해 바다 파도도 철썩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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