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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Oct 03. 2023

영리하고 즐거운 역사극 뮤지컬

뮤지컬 《제시(JESSIE)》리뷰


독립운동가에게도 일상이 있고 심지어 신혼부부들에겐 육아의 과정이 있었을 것이라는 발상은 자칫 심각할 수 있는 1938년 상하이를 밝고 경쾌하게 만든다. 안정된 생활을 버리고 상해 임시정부에서 독립운동을 하던 인텔리겐챠 우조는 자신의 위험한 처지를 생각해 선화를 외면하려 하지만 돌아가는 배의 티켓을 불태워버릴 정도로 적극적인 그녀의 애정 공세에 항복한다. 평생을 함께 하자 맹세하고 김구· 이동영 등 임시정부 요직들과 독립운동을  펼치던 두 사람은 곧 딸을 낳아 제시(JESSIE)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이들이 자라서 세계를 누빌 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영어 이름을 지어준 것이다(이름을 지을 때의 에피소드가 너무 재밌다). 독립운동과 전쟁이라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아이들은 자라나고 젊은이들은 사랑을 하고 농담도 한다.


우조 역의 정민, 선화 역의 임찬민, 그리고 제시 역의 최우리 딱 세 배우만으로도 무대는 꽉 찬다. 노래와 율동으로 표현된 육아의 과정이 너무나 귀엽고 애틋한데 특히  두 사람이 아기 인형과 성인 제시를 같이 놓고도 대사를 매끄럽게 처리하는 기량과 아이디어가 감탄할 만하다.  그러나 늘 검문이나 암살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잠깐 어디 다녀온 사이에 폭격으로 부엌이 무너지는 등 생과 사를 넘나드는 시대상의 불안은 피해 갈 수가 없다.    

'네버엔딩플레이'는 이렇게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한다. 제작사를 이끌고 있고 이 작품에서도 총괄 프로듀서와 각색을 맡은 오세혁 작가는 우리 부부와는 동네 이웃이라는 이유로 친분을 가지고 있지만 그가 만든 작품을 볼 때마다 진짜 이렇게 연극과 뮤지컬을 사랑하는 사람이 또 있나, 하고 새삼 놀라게 된다. 더구나 이번 작품은 실제 이야기라는 게 감동을 더해 준다. 강추한다. 10월 29일까지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3관에서 상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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