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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Oct 25. 2023

제가 이런 글을 쓰게 될 줄은 몰랐어요!

글쓰기 교실에서 만난 사연들

  

어제는 서울 모처에 있는 도서관에서 '미니 자서전 쓰기' 세 번째 강연을 하는 날이었습니다. 첫날 글쓰기의 기본에 대해 얘기하고 겨우 세 번째 시간인데도 벌써 교육생들의 글이 달라진 게 느껴졌습니다.


아내를 처음 만난 날의 날짜는 물론 몇 시 몇 분까지 정확히 기억하는 분이 있었습니다. 그는 젊은 시절 연인에게 자신의 가난을 들키던 순간을 아주 자세하게 묘사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사랑하게 되어 졸업하자마자 결혼하고 지금까지 서로 믿고 도우며 잘 살아온 자신감이 그런 글을 쓰게 했을 것입니다. 올해 30년 만에 신혼여행지인 제주도에 다시 갔더니 두 사람이 묵었던 호텔은 없어지고 기념사진을 찍었던 계단만 남아 있길래 그 자리에서 똑같은 포즈로 사진을 찍었다는 대목은 참 애틋했습니다.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다가 이혼 후에 혼자 살면서 요즘은 주민센터에서 쌀을 얻어올 정도로 궁핍하지만 예전보다 더 자유롭고 희망적으로 살게 된 현재의 삶에 대해 쓴 분도 있었습니다. 너무 창피해서 아무에게도 발설하지 못한 일들이었는데 그걸 스스로 글로 쓰게 되다니 너무 신기하다고 하셨습니다. 몇 주 전까지는 상상도 못 한 일이었으니까요. 저도 그제 개인적으로 너무 창피한 이야기가 있는데 그걸 페이스북에 쓰고 왔노라고 말씀드리며 글을 참 잘 쓰셨다고 칭찬을 해드렸더니 이내 얼굴이 밝아지셨습니다.

  

저의 책 『살짝 웃기는 글이 잘 쓴 글입니다』 를 읽고 작가가 궁금해져 강연장까지 찾아온 분도 있었습니다. 제가 수업 첫날  "아무 거나 쓰세요"라고 한 말에 용기를 얻어 진짜 글을 매일 쓰게 되었다는 그분의 말씀은 감동이었습니다. 교학상장(敎學相長)이라는 말이 있죠. 배우는 사람이나 가르치는 사람이나 서로 성장한다는 뜻입니다. 어쩌면 저는 매 수업 가르치는 것보다 배우는 게 더 많을 듯합니다. 그리고 평소에도 저는 글쓰기 테크닉이나 문법을 가르칠 재능은 없고 다만 한 번도 글을 안 써본 분들도 쉽게 글을 쓸 수 있도록 돕는 '트리거' 역할을 할 뿐이라고 미리 말씀드리는데도 매번 이렇게 큰 감동과 지지를 얻습니다.  

 

글쓰기 강연을 하는 건 힘들지만 즐겁습니다. 저는 이게 뒤늦게 제게 찾아온 행운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더욱 열심히 즐겁게 해야죠. 내일은 전남도립도서관에 가서 <글쓰기의 기본에서  유머와 위트, 페이소스가 있는 글로>라는 주제로 특강을 합니다. 10년 넘게 이어온 도민강좌인데 이번에 설문조사를 해보니 글쓰기 강연을 원하는 사람이 많아서 저를 지목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토요일엔 김신영 시인 초청으로 이천에 가서 문학 강연도 합니다. 이 날은 김민섭 작가님도 오신다니까 저도 책을 가져가 저자 사인을 받을까 합니다. 참, 글쓰기에 관해 쓴 저의 책 『살짝 웃기는 글이 잘 쓴 글입니다』가 2쇄를 찍게 되었다는 소식이 어제 왔습니다. 그동안 1쇄에 있는 오자들 때문에 마음이 매우 찜찜했는데 싹 다 고칠 수 있게 되어 너무 기쁩니다.


·제가 글쓰기 강사라서가 하는 말이 아니라 글쓰기는 정말 필요하고 또 좋은 능력입니다. 무슨 일을 기획하든 글쓰기를 할 수 있으면 여러 가지로 유리합니다. 자신을 들여다보는 데도 더없이 좋고요. 그러니 망설이지 말고 지금이라도 글쓰기·책 쓰기의 세계로 들어오십시오. 마침 좋은 글쓰기 책이 하나 있습니다. 북바이북에서 나온  『살짝 웃기는 글이 잘 쓴 글입니다』라는 책인데요...... 아, 죄송합니다. 제가 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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