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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Nov 19. 2023

자신의 이야기를 작품으로 만드는 방법의 한 예

 2인극 《깐돌이와 나》

깐돌이는 극단 드림플레이 이소영 배우의 11살 난 아들 김아론의 예전 태명이다. 엄마는  '깐돌이'라는 이름이 주는 명랑 쾌활함이 아이의 삶에도 좋은 영향으로 다가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태명을 그렇게 지었다고 하는데 나중에 낳아보니 정말로 '깐돌깐돌한' 아이가 태어나서 너무 기뻤다고 한다. 이소영 배우는 아이가 잠이 안 온다며 재밌는 이야기를 해 달라고 조를 때마다 '깐돌이 이야기'를 즉석에서 지어 하나씩 들려주다가 그걸 연극으로 만들 생각을 하게 되었다. 2인극 《깐돌이와 나》는 2021년 11월 극단 드림플레이의 제1회 드두림 페스티벌 참가작으로 선정되어 무대에 올려졌고 2023년엔 월드2인극 페스티벌 기획초청작으로도 선정되었다. 연극을 보면서 '작고 소박한 자신의 이야기를 가지고도 이렇게 사랑스러운 작품을 만들 수 있구나' 하고 감탄했다.


드림플레이의 김재엽 연출과 부부 사이인 이소영 배우는 최근 《한남의 광시곡》《자본3 : 플랫폼과 데이터》 등을 통해 멋진 연기력을 선보인 바 있는데 특히 딕션과 대사 전달력이 뛰어나고 노래조차 잘 부른다. 이번 작품에서도 'Do you know muffin boy?'라는 동요를 너무나 맛깔나게 불렀다. 아론이는 엄마가 깐돌이 얘기를 해주며 가끔 자신과 헷갈릴 때마다 "엄마, 나 깐돌이 아니야. 나 아론이야."라고 말하는데 이 부분은 아이에게 자아나 정체성의 문제를 자연스럽게 인식하게 하는 것 같아 흥미로웠다. '깐돌이 짜장면'이나 '깐돌이 동물원' 이야기 등을 듣던 아론이는 어느 날 엄마에게 죽음이 뭐냐고 묻고는 자신도 언젠가 죽게 될 것이라며 두려워하게 된다. 이소영 배우는 죽음이 그렇게 비극적인  것만은 아니고 죽음을 통해 어떤 존재를 더 소중하게 인식할 수도 있음을 설명하기 위해 집에서 기르다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간 강아지(이름을 잊었다) 이야기를 하는데 그걸 듣고 객석에서 아내가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았다.


연극은 예술공간 혜화의 지하 1층 극장에서 상연되었는데 이인극의 묘미를 살리기 위해 좌석 배치도 아주 적게 해서 더 소중한 느낌이었고 실제 꼬마 관객들이 와서 연극을 보는 모습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아론이가 "아빠는 몇 살이야?라고 묻자 엄마가 한숨을 내쉬며 "쉰한 살이야."라고 대답하는 장면에서 이상하게 웃음이 터졌다. 나이 얘기만 나오면 한숨이 나오는 건 이젠 인류 공통의 문제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누구나 '벌써 이 나이가 됐어. 어떡해?'라는 마음이 있을 것이다. 연극이 끝난 뒤 객석에서 함께 연극을 지켜보다가  출구 쪽으로 나와 서 있던 김재엽 연출에게 인사를 하며 "이게 뭐라고 눈물이 나네요."라고 아내가 말해서 함께 웃었다. 무대 뒤 커튼 사이로 관객들이 나가는 장면을 지켜보는 아론이와 이소영 배우의 모습이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예술공간 혜화'에서 오늘까지 공연한다. 2024년엔 《깐돌이와 친구들》로 확대된다고 하니까 기대를 가지고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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