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밤밤곡곡 : ‘올나잇 강릉 클럽’ 행사 후기
요 몇 년간 서울을 떠나 주문진에 살고 있는 배우 김혜나가 추천하는 바람에 성사된 강릉 글쓰기 여행이었다. 강원도에서 문화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는 이종덕 대표가 혜나의 말만 믿고 대뜸 나를 초청해 주어 ‘대한민국 밤밤곡곡 : 올나잇 강릉 클럽’ 행사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금요일 저녁 6시, KTX를 타고 강릉역에서 내려 <강다방 이야기공장>이라는 독립서점에서 송성진 부장과 참가자들을 만나며 책을 한 권 샀고, 정수진 실장고 합류해 중앙시장 맛집 ‘해성집’에 가서 다 같이 삼숙이탕을 한 그릇씩 먹었는데 국물이 너무 얼큰하고 시원해 다들 엄지손가락을 높이 들었다.
이어서 <캐트시>라는 카페 2층에 모여 나의 짧은 글쓰기 강연을 들었고 간단히 자기소개를 한 뒤 10분 글쓰기도 해보았다. 기억에 남는 여행, 또는 혼자 갔던 여행에 대해 써보기로 했다. 외국으로 조금 긴 여행을 다녀온 분도 있었고 기숙사 생활을 하는 고3 아들 몰래 일주일자리 해외여행을 떠났다가 그 나라에서 폭동이 일어나는 바람에 공항에서 신문지를 깔고 덮으며 뉴스를 읽은 분도 있었다. 뉴스에 나는 바람에 당연히 아들에게 여행 간 걸 걸렸다며 웃었다.
놀랍게도 자신이 쓴 글을 읽으며 우는 분도 있었다. 슬프거나 서러워서가 아니라 옛날에 내린 큰 결정을 되돌아보니 무언가 북받쳐 오르는 게 있어서 그렇다고 했다. 그분은 남편과 같이 왔는데 남편은 감동적인 아내의 글과는 달리 ‘어떻게 하면 아내 몰래 혼자 여행을 떠날 수 있을까’라는 내용의 글을 써서 비난을 받았다. 울던 아내는 “남편 글이 나왔던 눈물을 쏙 들어가게 했다”며 웃었다. 둘은 결혼한 지 이제 일 년 된 신혼부부라고 했는데 강연 시간 내내 두 손을 붙잡고 있었다.
글쓰기의 힘은 놀라웠다. 독립서점에서 내 책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를 구입하신 한 여성분은 짧은 시간인데도 글이 써지는 게 놀랍다고 하면서 자기의 친목 모임에도 이런 컨셉을 도입하는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하셨다. 다른 분들도 내 얘기를 듣고 앞으로는 일기라도 꼭 쓰는 삶으로 갈아타고 싶다고 했다.
강연이 끝날 때쯤 이종덕 대표기 와서 인사를 하고 강릉의 역사(동예 무천제 등)를 얘기하다가 중국 오천 년 역사를 아우르는 방대한 미니 역사 강연을 하는 바람에 매우 놀랐지만 안 널란 척했다. 나는 끝으로 강연마다 기분과 분위기가 다 다른데 오늘 오신 분들은 다 마음을 열어 놓고 들어 주셔서 너무 편하고 즐거웠다는 인사를 드렸다.
카페를 나오는데 사장님이 내 명함을 한 장 청하셨다. 미처 준비는 못했지만 검색을 해서라도 다음에 내 책을 카페에 구비해 놓으시겠다는 것이었다. 내가 들고 갔던 『살짝 웃기는 글이 잘 쓴 글입니다』를 굳이 현금을 내고 구입하신 한
여성분이 차로 데려다주셔서 편하게 강릉역으로 와 KTX를 탔다. ‘올나잇 강릉’은 이번 행사가 처음이라는데 앞으로도 또 참여하고 싶은 지역 축제다. 얼른 가서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