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소행성 부부의 제주 여행 이야기
오늘부터 12월 29일까지 제주 애월에 사시는 박진아·황현호 커플과 집을 바꿔 지내기로 했다. 아내 윤혜자가 황 선생에게 하우스 스와핑을 제안했는데 흔쾌히 받아들여 주셔서 전격 성사된 일이었다. 우리는 애월에 묵으며 렌터카를 타고 하릴없이 천천히 돌아다닐 예정이다. 원래는 제주에 먼저 가 있다가 우리와 만나기로 한 분들이 있었는데 눈이 많이 와서 비행기를 못 탔다고 한다. 그래도 란영이와 그의 남편 우동 씨, 그리고 안웅철 작가님, 강보식 선생 등은 시간을 내서 만나고 올 생각이다. 소리소문을 비롯한 독립서점도 몇 군데 들러야 한다.
오늘 아침 열 시에 성북동 우리 집에 도착하신 두 분에게 집을 안내해 드리고 수도와 인덕션, 인터폰 개폐, 음식쓰레기 처리 등 필요한 정보를 알려 드렸다. 전에 소금책 행사 때 마당에만 와 봤는데 들어와 보는 건 처음이라며 두 분이 좋아하셨고 박진아 선생은 순자와의 친분을 트는 의미로 고양이 간식 츄르를 한 봉 하사하시었다. 우리가 자주 다니는 음식점과 술집, 커피집, 빵집 등의 정보를 적은 종이와 감담한 약도를 드렸더니 좋아하셨다.
열한 시경에 트렁크를 끌고 나와 작별을 고하고 나와 전철을 탔다. 전철 안에서 우리가 아는 작가와 감독 단톡방에서 크리스마스 인사를 하다가 오늘 제주도 간다고 했더니 이*은 작가님이 “스와핑이라는 키워드가 섹시하네요”라며 웃었다. 드라마나 시트콤을 쓰는 작가님들은 하여간 이런 걸 안 놓친다.
공항에 와서 수속을 끝내고 탑승 라운지로 들어왔는데 출발선엔 면세점이 없다며 아내가 실망하길래 ‘우리가 면세점에서 사는 건 술밖에 없는데…’라고 생각하다가 난데없이 시음행사 부스와 만났다. 패스포트가 새로 나왔다며 깨끗하게 생긴 남성 직원이 시음을 권하는데 350ml가 12,900원밖에 안 하길래 얼른 한 병 샀다. 아내가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