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콩나물국밥 먹은 휴일 아침 이야기
정릉에 있는 전주콩나물국밥집에 가서 아침을 먹었다. 콩나물국밥집 중 서울숲 근처 비사벌 전주콩나물국밥 말고는 여기가 괜찮은 편이라 아내와 버스를 타고 가끔 간다. 어젯밤 성수동에 있는 '동해해물'에서 이한기 국장, 김진석 작가, 이태경 PD 등과 함께 술을 많이 마시고 새벽에 일어나 혼자 넷플릭스를 보고 소설을 읽고 하느라 해장을 할 필요가 절실했던 것이다. 아내는 내가 어제 이한기 국장이 가져온 버번에 혼자 취해 비틀거린 사실을 규탄했다. 내가 생각해도 나는 위스키만 보면 정신을 못 차린다. 조심해야겠다고 생각은 하는데 매번 위스키 앞에만 서면 그 결심이 무너진다. 할 수 없이 돈을 많이 벌어서 집으로 친구들을 초대한 뒤 마음 놓고 마시는 것으로 결심의 방향을 살짝 바꾸었다.
아무튼 콩나물국밥은 시원하고 맛있었으며 더욱 뿌듯한 건 가게를 나와 한성대입구역 가는 버스를 탔는데 아직도 '환승'으로 처리가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니까 1111번, 162번 그리고 143번 버스를 차례로 갈아타면서 교통카드는 계속 환승 처리를 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한 일 중에 교통수단 연계서비스 하나만 마음에 든다. 설마 다른 일도 잘한 게 몇 개는 있겠지, 하고 찾아보았으나 아무래도 없는 것 같다. 내기 이명박을 워낙 싫어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이야기가 옆으로 샜다. 죄송하다. 버스에서 내려 아내에게 커피를 마시러 '**커피숍'으로 가자고 했더니 거긴 사장님이 은근히 말이 많아 피곤하다고 했다. 그분이 말이 좀 많은 건 사실이다. 그래서 얼마 전 선잠박물관 가는 길에 문을 연 '프로젝트 파이'에 가기로 '했다. 거기 사장님은 공간대여업을 하면서 커피숍도 같이 하는 거라고 들었는데 블랙커피나 화이트커피의 산미가 적당히 맛있는 편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배가 아픈 게 설사 신호 같았다. 아내는 얼른 걸어 프로젝트 파이 화장실로 가면 된다고 했으나 내 상태는 그 정도가 아니었다. 아내에게 먼저 가 있으라고 하고는 집을 향해 뛰었다. 중간에 아는 분을 만나도 절대로 인사를 하느라 멈추지 말아야지 결심하며 뛰다가 예전에 들었던 '유명 가수 똥바지 사건'이 기억나서 혼자 웃었다. 그 가수는 얼굴이 잘 생기고 노래도 잘하는 데다 인간성마저 좋은 편이었다. 늘 흰색 양복을 즐겨 입었는데 그날도 흰색 양복을 아래위로 입고 공연을 마쳤다. 그런데 간식으로 먹은 음식이 잘못되었는지 갑자기 배가 몹시 아팠다. 그는 얼른 화장실을 찾았으나 그때 나타나 사인을 해달라고 하는 팬을 무시할 수가 없었다. 그는 워낙 매너가 좋은 사람이었고 또 팬들을 사랑하는 가수였으니까. 아픈 배를 문지르며 몇 사람에게 사인을 해준 그는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 평온을 되찾았다. 급하게 바지를 내린 그는 순간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변기 뚜껑을 채 열지 않은 채 그 위에 앉아 일을 저질렀던 것이다. 아아, 그는 절망했고 똥 뭍은 하얀 바지를 어찌 추슬렀는지 기억을 못 할 지경이었다. 그는 입이 무거운 매니저에게 도움을 요청하면서 그날 남은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집으로 가서 앓아누웠다는, 아주 무섭고 더러운 이야기다. 내가 예전에 김동환 콘서트에서 아르바이트하다가 연예기획사 대표님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니까 거짓말은 아닐 것이다. 얘기가 또 옆으로 샜다. 죄송하다. 아무튼 오랜만에 무섭고도 더러운 이야기를 하나 했다. 거듭 죄송하다.
프로젝트 파이에 가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커피를 마시고 아내 사진을 몰래 찍었다. 이런 지저분한 이야기 끝에 아내 사진이 올라오면 그녀는 화를 낼지 모르지만, 에라, 모르겠다. 일단 올리자. 이럴 땐 '나는 아내를 디스하는 게 아니라 프로젝트 파이를 소개하는 뜻에서 올리는 건데 뭐'라고 자신을 잠깐 속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