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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Jan 11. 2024

사장이 칼럼니스트들에게 밥을 산 건 처음이었다

한국일보 '삶과 문화' 칼럼니스트들이 회식한 이야기

한국일보 칼럼 담당 고선영 과장에게 이메일이 왔다. 1월 11일 낮에 프레스센터에서 '삶과 문화' 칼럼니스트들을 모아 점심을 먹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한국일보 이성철 사장이 직접 와서 점심을 산다니 기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오전에 창신동에 가서 봉사활동을 하다가 "사정이 있어서 먼저 갑니다"라고 양해를 구하고 집으로 돌아와 옷을 갈아입었다. 광화문 가는 버스를 탔는데 내리기 직전 몽스북 안지선 대표에게서 전화가 왔다. 새해인사 겸 원고 독촉 전화였다. 나는 열심히 쓰고 있으니 걱정 마시라고, 수정한 컨셉 대로 감을 잡아서 잘 쓰고 있다고 일단 안 대표를 안심시켰다. 요즘 소화가 잘 안 되는 편이라고 하길래 좋은 병원을 찾아가 진찰을 다시 받아보시라고 했더니 "작가님이 원고만 제때 보내주시면 낫는 병이에요."라며 깔깔 웃었다. 나는 오늘 한국일보 칼럼니스트들이 모여 점심 먹는 곳에 가는 길이라고 자랑을 했더니 안 대표는 "아유, 맛있는 거 많이 드시겠네요"라면서 부러워했다.


프레스센터 1층 엘리베이터에서 황소자리 지평님 대표가 타고 있다가 얼른 오라고 손짓을 했다.  19층으로 올라가자 기자클럽 레스토랑 입구엔 고선영 과장과 최문선 문화부장 등이 서서 들어오는 손님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하고 있었다.  입구에 있는 이름표를 들고 안으로 들어가 좌중을 둘러보니 '내가 이 자리에 앉아 있다는 건 기적이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대단한 필자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이상돈 교수와 금태섭 의원이 와 있었고 권기태 소설가, SF를 쓰는 심너울 작가, 고운기 교수, 조용진 스포츠칼럼니스트 들도 있었다.  장애인 이동권을 위해 애쓰는 협동조합 '무의' 홍윤희 이사장도 있었고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의원도 와 있었다. 황정아 교수가 나를 알아보고 명함을 주셔서 인사를 했다(웃기는 사실은 나를 알아보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이다. 아무래도 페이스북에 개인 사진을 너무 남발한 것 같다. 반성한다). 밥을 먹으며 고선영 과장의 행사 진행 멘트를 통해 황정아 교수가 며칠 전 '민주당 영입인재 6호'가 되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한국일보에 칼럼을 쓰는 필자가 80명 정도라고 하는데 오늘은 그 반인 40명이 모였다고 한다.  모두 여덟 개의 테이블로 나누었고 우리 테이블엔 지평님 대표와 나, 최문선 문화부장, 김선지 작가, 우재욱 변호사, 변한나 기자가 앉아서 얘기를 나누었다. 신문사마다 칼럼 쓰는 사람이 많지만 이렇게 필자들을 모두 불러 점심을 먹이는 경우는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는 말이 나왔다. 이런 훈훈한 자리를 기획하고 실천해 준 한국일보 이성철 대표가 새삼 고마웠다. 고선영 과장이 사회를 너무 잘 본다고 내가 칭찬을 하자 최문선 부장이 "소문나면 다른 데서 스카우트 해갈지도 모르니 조용히 하시죠."라고 해서 그러자고 했다. 내가 소년한국일보 비둘기기자 출신이라고 TMI를 제공하자 최 부장은 "제 언론계 선배님이시네요."라는 농담도 했다.


이성철 대표가 인사말을 했고 이어 이태규 논설실장, 김영화 국장, 조철환 오피니언 에디터, 강주영 기자 등이 짧게 인사를 겸한 연설을 했다. 어떤 이는 한국일보가 좌파신문이라고 하고 어떤 이는 우파라고도한다고 했다. 중도라는 말이 회색지대가 되지 않게 하고 좀 더 열린 시선을 유지하겠다는 게 모인 기자들의 다짐이었다. 지평님 대표는 오늘 점심 식사를 기점으로 자신이 쓰는 칼럼은 물론 한국일보의 많은 칼럼과 기사들을 공유하겠다고 말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나올 때 선물을 하나씩 주길래 집에 와서 풀어보니 이탈리아 산 올리브유였다.


교보문고에 들러 전부터 사고 싶었던 조너선 레섬의 SF소설 『그녀가 테이블 너머로 건너갈 때』를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이런저런 책이 눈에 띄었지만 꾹 참고 한 권만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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