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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Dec 31. 2023

인생은 붕어빵

맥도날드에 가서 쓴 시

아침에 맥도날드에 가서 베이컨에그맥머핀 세트를 먹고 오다가 대오각성한 게 있어서 시를 한 편 썼습니다. 사실은 시처럼 보이려고 글을 쓰다가 괜히 중간에 자르고 다을 줄로 넘어가 보았습니다. 이렇게 쓰는 게 시는 아니지만 제가 시라고 우기면 시가 아닌 것도 잠깐 시가 됩니다. 물론 지각 있는 분들은 이런 짓 안 하지만, 특히 한 해가 하루 남은 거룩한 날엔 이런 짓거리를 삼가겠지만, 저는 합니다. 우기는 자가 승리하는 걸 우리는 정치 또는 경제에서 너무 많이 자주 보았습니다. 여기서 퀴즈 하나 나갑니다. 우기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울긋불긋한 깃발은? 답은 욱일기. 죄송합니다. 자, 제가 쓴 시를 공개합니다. 제목은 ‘인생은 붕어빵’입니다.   


인생은 붕어빵


KBS 라디오 방송 무엇이든지 물어보세요

프로그램에 어떤 사람이 전화를 했다 여보

세요, 제 아내가 자꾸 저한테 사랑한다고

고백을 해요 무서워 죽겠서요 아, 무서워

하실 것 없습니다 아내분은 진실을 말하시

는 겁니다 선생님은 아내를 무서워하는 대

신 아내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자신을 무서워해야 합니다 상담이 끝나고

쉬는 시간에 PD가 진행자에게 물었다 자기

는 아내가 사랑한다고 말하면 무섭지 않아?

무섭지 진짜 무서워

무서워할 필요 없습니다 술집 앞에 붕어빵

가게가 생겨서 붕어빵을 열두 개 샀습니다

술집주인에게 손님들에게 붕어빵을 나눠줬

더니 골든벨이라도 울린 것처럼 기뻐합니다

붕어빵값이 올라도 너무 걱정 마세요 인생은

붕어빵이니까요 큰 일 날 것 같지만 큰일 안

나요 그러면 영웅이게요 당신 남편이 아내가

슈퍼 히어로일 리가 있어요? 삶은 지루해야

정상이에요 롤러코스터를 추방합시다(아,

사실 어젯밤 붕어빵을 산 사람은 제가 아니라

제 아내였다는 사실을 고백합니다. 크게 상관

은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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