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무원 온수진의『공원주의자』
술꾼이 많이 나오는 책에 관련된 원고를 쓰면서 이 작가는 왜 하필 술일까 생각했다. 힘든 현실에서 그나마 숨통을 틔워 주는 게 저녁의 술 한 잔 아닌가. 아, 나는 글을 쓰다 보면 술이나 담배, 대소변처럼 아름답지 못한 것으로 흐르는구나. 뭐 좀 건전한 게 없을까 하다가 공원을 떠올렸다. 그렇지, 우리 곁엔 공원이 있고 내겐 공원주의자 저자가 있지!
소행성 책 쓰기 워크숍 멤버였던 온수진 선생이 한 달 전에 펴낸 책 제목이 『공원주의자』다. 온 선생은 서울시에 입사해 25년간 일하고 있는 공무원이고 ‘서울로7017’에도 깊이 관여한 사람이다. 아내와 아들만큼이나 공원을 사랑하는 사나이이므로 이미 공원에 대한 책을 낸 적도 있다. 이번 책은 국민일보에 총 79주 동안 매주 칼럼을 쓰는 괴력을 발휘해 쓴 글들을 모았다. 에필로그에도 나오지만 이런 칼럼 청탁을 덥석 받는 건 일종의 모험이다. 사랑에 대해, 술에 대해 쓰라고 해도 매주 쓰기 힘들 텐데, 확실히 공원에 미친 남자임엔 틀림없다. 이에 이기재 영천구청장은 “공원주의자의 눈엔 모두 공원이다.”라는 추천사를 써주었다. 시내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버려진 자투리땅도 공원으로 만들어가는 공원주의자의 초록빛 이야기가 흥미롭다는 것이다.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온수진은 공원뿐 아니라 책에 미친 남자이기도 해서 공원 얘기 말고도 여러 가지 인문학적 성찰들이 글에 배어 있다.
공원을 얘기하다 보면 역사, 정권,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등장하게 된다. 에밀리 디킨슨의 시가 나오는가 하면 김종철 선생 이야기도 나온다. 공원보다 작은 지면 안에 온수진 작가가 키워놓은 활자의 꽃밭을 경험해 보시라.
지난 일요일에 북촌에 있는 온수진 작가의 집에 책 쓰기 워크숍 멤버들이 모여 작은 출간기념회를 했다. 몇 명 안 되는 인원이 모였지만 작가에겐 자신의 책을 읽고 내용에 대해 질문을 해주는 독자가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한 일이고, 그 작가가 우리 워크숍 출신이라는 게 아내와 나는 오래도록 자랑스러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