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하다 토요일》시즌10이 시작되었습니다
어제는 《독하다 토요일》시즌 10의 첫 시간으로 권혜영 소설가의 『사랑 파먹기』를 읽고 같이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권혜영은 처음 만나는 작가인데 자기 세대만의 분명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자유분방하면서도 문장이 좋은 소설가이더군요.
이번 시즌부터는 다시 오후 2시에 모여 한 시간 묵독을 하고 3시부터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나누기로 했습니다. 윤혜자 씨가 간식을 내놓았는데 빵과 올리브유(올리브유는 베제카!)가 너무 맛있어 탈이었고 심지어 박재희 씨가 와인을 한 병 가져오시는 바람에 방해를 받기에 충분했지만 우리는 의연하게 묵독에 임했습니다. 책이 재밌었습니다.
4시 50분까지 이야기를 하고 5시에 예약해 놓은 동네 식당 '무교동'에 가서 아구찜에 소주를 마셨습니다. 사장님이 손이 커서 아구찜이 산더미였습니다. 할 수 없이 술도 많이 마셨습니다. 그러나 3차를 한 사람도 있었습니다(스마트폰을 두고 온 사람이 있다는 핑계로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 가지고 소행성으로 다시 와 더 마신 네 명입니다).
이번 시즌부터는 규칙을 더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6개월이 한 시즌인데 세 번 이상 결석한 회원은 탈퇴를 권하기로 했습니다. 마음은 그렇지 않더라도 세 번 이상 안 온다는 것은 다른 일이 너무 많다는 것이므로 서로를 위해 잠시 멈추거나 헤어지는 게 낫다는 판단입니다. 독토에 들어오고 싶어 하는 분도 많고요.
'세줄평'도 부활했습니다. 책을 읽고 느낀 점을 세 줄로 써서 단체카톡방에 올리는 것입니다. 어젯밤 늦게까지 올라온 세줄평을 공개합니다. 오늘 더 올라오겠지만 일단 여기까지.
"다음 챕터로 넘어가야 하는 이유, 그 밑에 1이라는 숫자를 적고 오랫동안 가만히 바라본다." 그 이유에 대해 노트를 펼쳐 쓸 수 있기를 응원해 보는 소설입니다. 4줄 평이 돼버림 ^^ 춥지만 따뜻한 주말 되셔요!!! - 김성X
소재는 차치하고, 각 인물의 연령대들만 느낄 것 같은 감정들에 공감을 얻을 때 그리고 그 감정에서 보편적인 무언가를 발견했을 때 괜찮은 소설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이번 소설집이 그런 소설이었습니다. 각 인물에게 존재하던 <유예하는 밤>이 끝나고 별거 아닌 양 연속하는 밤이 오길 바랍니다. - 김하X
병가 중 아파서 고생하던 어느 날 밤 오래 글을 올리지 않은 브런치 계정에 좋아요와 댓글이 달렸던 날, 누군가는 내가 남긴 무언가를 보고 나를 위해 기도하고 있구나 싶어서 묘한 기분이 들었는데 유예하는 밤을 읽을 때 그때의 느낌이 겹쳐서 나타났어요. 작가의 엎드려 쓴 소설이 엎드려있는 누군가를 좀 위로한 건 아닐지.. 작가가 작정을 하고 누굴 위로하겠어! 이게 아니라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 느꼈어 누군가도 나와 비슷하다면 읽어줘한 것 같은 느낌이에요- 임혜X
덕질과 잉여로운 삶의 전개가 처음엔 웃기다가 나중에 서글퍼진다. 시침 뚝 떼고 평행우주도 나오고 영원회귀, 물건이 변하는 미끄럼틀도 나온다. 일본 애니 <마녀배달부 키키>를 처음 볼 때처럼 신선하고 자유롭다. 특히 ‘유예하는 밤’에서 거기는 스파이더맨이 누구냐고 묻는 장면은 마블 세대의 인장이다. 섣불리 위로하지 않으려는 작가의 고집이 믿음직스럽다. - 편성X
이전 세대가 점점 빨라지는 트레드밀에서 내려올 수 없어 고통받았다면 요즘 세대는 끈적한 점질의 늪에 두 발이 빠진 채로 걸어야 하는 고단함인 듯. 공연한 희망 따위 작동시키지 않고 차라리 좌절로 마주해 주는 인물들의 일곱 개 이야기 모두 매력적이다. ‘올팬이 되기는 오랜만이다.’- 박재X
권혜영의 소설집의 시대적 이념적 배경이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의 극단에서 펼치지는 청년 세대의 암담함이라 세대 이해에 도움이 된다. 우리가 관여한 적 없는 시스템 때문에 힘들었던 우리와, 여전히 힘든 청년 세대가 안타깝다. 그래서 배경과 철학에 주목하고 그 지점에서 풀어내는 방법을 소설이나 이 시대의 주역들이 찾아내고 매진하길 바란다. 우리의 일상이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의 파도 속에서 공평과 인본의 중심이 되길 바란다. - 박효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