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의흐름대로 써 본 연극 리뷰입니다
‘이지저지’라는 말을 아세요? 오늘 연극에서 배운 말인데요, 이래도 지랄, 저래도 지랄이랍니다. 연극에서는 그냥 흘러가듯 나오는 대사인데 그래도 외국인들 틈에서 그런 말이 나오니 재미있더군요. <안나전 Hallo 춘향!>이라는 이상한 제목의 이 연극은 안나를 비롯한 외국인 배우들이 모여 우리 고전 춘향전을 공연해 보면 어떨까, 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래서 독일 출신 배우, 인도 출신 배우, 중국 출신 배우들이 한국 배우들과 힘을 합쳐 워크숍도 하고 무대 공연도 해보는 내용입니다.
극단 드림플레이의 제 3회 두드림 페스티벌 출품작이라 1월 25일부터 28일까지 나흘밖에 안 하는 연극입니다. 출연 배우가 외국인라 그렇겠지만 이렇게 많은 외국인 관객이 떼로 입장한 공연은 처음 봤습니다. 연극을 이해할 수 있었냐고요? 당연하죠. 이 배우들 다 한국말 잘합니다. 한국에서 연극한 지 십 년 넘는 배우들이 대부분인데요. 한 남자 배우는 <오징어 게임>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나오던 그분입니다.
유민상 닮은 유종연 배우가 나와 자신이 유민상 닮아서 외국인만큼이나 차별과 오해를 많이 받는다고 투덜거리는 대목이 나오는데 그것도 재밌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우리나라에 만연한 ‘타자화’에 대한 이야기이고 외국인이면서 한국 배우로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애환이 담긴 뜻깊은 연극입니다. ‘이지저지’는 그런 처지를 한탄하는 과정에서 잠깐 나오는 짓궂은 대사였고요.
내일 각 잡고 리뷰를 쓰려다가 ‘그러다 아예 못 쓰는 수가 있지’ 라는 생각이 들길래 의식의 흐름대로 몇 자 써봅니다. 집으로 오는 길에 아내에게 “그래도 난 외국인이 한국말 잘하는 거 보면 아직도 좀 신기하고 짠하고 웃기고……마음이 복잡해.”라고 고백했습니다. 우리나라 인구 중 외국인의 비중이 10% 정도 된다는 뉴스도 연극 도중에 나오죠. 아무튼 연극이 이런 주제를 발 빠르게 다루는 건 언제나 좋습니다. 연극은 영화에 비해 조금은 대범하게 나갈 수 있는 장르잖아요. 밤이 되니 말이 많아지는군요. 더 하면 이지저지 처리될 수 있으니 그만 횡설수설하고 들어가겠습니다. 안녕히 주무십시오. 오자는 내일 고치겠습니다. 들어와 소설 잘 읽다가 이게 뭡니까. 감기에 걸린 아내는 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