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에서 만난 빨래방 운영자 이야기
아침에 마루로 나와 난다에서 나온 손웅정의 말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를 읽다가 잠깐 스마트폰으로 인스타그램에 들어갔다. 내 피드에 새로 하트를 누른 사람들을 살펴보고 있는데 2021년 10월에 내가 올린 ‘동네 빨래방 사용기’에 누가 하트를 누르고 간 분이 있었다(빨래방에 가서 앨리스 먼로의 소설을 읽으려고 했는데 건조기 사용법이 복잡해서 책을 별로 못 읽었다는 내용이었다). 아이디를 보니 ‘launddry_room’이라는 단어가 들어 있었다. 어, 빨래방 하는 분이구나, 하고 무심코 그분의 피드에 들어가 보니 온통 빨래방 기계 사진과 동영상이었다. 남현동(사당역)에 있는 빨래방이었는데, 이런, 이런. 나는 감동했다.
빨래방 하는 분이 인스타그램을 해봤자 뭐 있겠어, 하는 예상을 깨준 건 돌아가는 탈수기와 건조기 밑에 쓰여 있는 ‘스트레스 탈탈 털리는 탈수 영상 보고 가세요’와 ‘일요일 아침 청소, 드럼 청소 물멍하고 가셔요!!^^’라는 글이었다. 이 분은 빨래방 기계로도 인생에 위로를 주는 방법이 있다는 걸 알고 계셨던 것이다.
글을 쓰리고 하면, 뭔가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라고 하면 그런 게 없어서 못 한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뭐라도 쓰거나 사진을 찍어서 SNS에 올려 보라고 하면 어떻게 매일 할 얘기가 생길 수 있느냐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 동대문 근처 양지식당 얘기를 해준다. 매일 거의 비슷한 반찬 사진을 올리면서 “오늘도 바빠요.” “오늘도 시작했습니다.” “바빠요.”라는 글을 올리는 70대 할머니의 뻔뻔함과 꾸준함을 보시라고. 이젠 사당동 빨래방 얘기도 같이 해줘야겠다. 빨래방 동영상에다 ‘물멍’ 같은 통찰을 심는 사람도 있다고 말이다(정용준의 단편집 『 』<선릉산책>에도 빨래방 이야기가 나오는 단편이 있는데 아주 재밌다).
나는 그 빨래방 ‘물멍’ 동영상 밑에 이런 댓글을 남기고 왔다. “감동하고 갑니다. 빨래방도 이런 해탈을 줄 수 있군요. 재 피드에 와서 빨래방 얘기에 뒤늦게 하트를 누르신 게 신기해서 와봤습니다. 이렇게 빨래방으로 다채로운 얘기를 할 수 있다니, 멋지네요. 감사합니다.”
‘도처에 유상수’라더니, 어디든 잘하는 사람들 천지라 아주 살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