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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May 02. 2024

마지막 수업은 생맥주와 함께!

자기 계발을 위한 글쓰기 5주 연속 특강 후기

어제는 줌으로 진행하던 5주짜리 글쓰기 수업 《자기 계발을 위한 글쓰기 특강》 마지막 시간이었습니다. 온라인으로만 만나는 게 싫어서 마지막 시간은 저희 집으로 수강생들을 모시곤 했는데 어제도 그런 경우였습니다. 이제 7월이면 저희는 몇 년 간 이 집을 떠나 보령으로 가니 어쩌면 이게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겠군요. 암튼 어제는 아내가 보령에 가 있어서 저 혼자 간식으로 꼬마김밥과 음료수 등을 준비했습니다. 저녁 7시 넘어 시장한 상태에서 강연을 들으면 앞에 있는 강연자가 말 많은 것만으로도 화가 날 수 있으니까요.

제가 글쓰기 강연에 자기 계발이라는 단어를 붙인 건 글쓰기가 문학적인 행위 이전에 정말로 생각을 정리하고 인생을 기획하는 데 도움이 되는 ‘치트키’ 같은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었습니다. 다행히 특강을 신청하신 분들은 저의 이런 생각을 잘 이해하고 성실하게, 또 재미있어하며 매주 참여해 주셨고요.


어제는 ‘자신에게 지금 가장 절실한 문제’에 대해 쓰라는 과제였습니다. 저는 미리 보내 주신 글들을 컬러 페이퍼에 인쇄래서 나눠 드리고 함께 낭독을 했습니다. 남과 다른 길을 선택하고 아직 성과가 나타나기 전이라 불안해하는 분도 계셨고 새로운 삶을 기획해 보려고 난생처음 독립생활을 몇 달째하고 있는 분도 있었습니다. 아이 진학 문제나 건강, 돈 문제, 다이어트도 당연히 등장했고요. 내가 너무 물러터진 게 아닌가 의심하는 분에게는 그런 마음이 더 윗길이라는 점을 얘기해 드리기도 했습니다.


제 특강은 일방적으로 듣기만 하는 게 아니라 서로 써 온 글을 소리 내서 읽고 듣고 피드백하는 워크숍 형태라서 남다른 울림이 있습니다. 수강생들은 5주간 글을 쓴다고 해서 갑자기 글 솜씨가 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계기를 통해 진지하게 삶을 통찰하고 글을 써보는 것은 자신의 인생 선로를 살짝 바꿀 수도 있다는 것 또한 알고 있습니다.

강연을 하는 것은 준비 과정부터 액션까지 매번 힘든 일이지만 그만큼 보람도 큽니다. ‘가르치면서 배운다’는 낯 간지러운 얘기는 하도 해서 이젠 지겨울 지경이지만 그래도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정말 글쓰기와 책에 대해 얘기하다 보면 신이 나는 사람입니다.

강연이 끝나고 8시 40분에 한성대입구역 2번출구에 있는 호프집 ‘꼬꼬댁꼬꼬’에 갔습니다. 제가 김밥 사러 가는 길에 들러 ‘무슨 일이 있어도 8시 40분까지는 올 테니 아홉 명 앉을자리를 만들어 달라’ 부탁을 했거든요. 손님이 오면 귀찮아하는 표정을 시전 하시는 사장님이 어제는 웬일로 반갑게 저희를 맞았고 맥주도 시원시원하게 가져다주시더군요. 물론 단체사진 한 장만 찍어 달라는 저희 부탁엔 얼굴을 찡그리며 바깥 간이테이블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단골손님에게 “야, 너 와서 사진 좀 찍어드려!”라고 소리를 질렀지만 말입니다.

수업시간에 나왔던 여러 가지 글과 책 이야기를 나누다가 캐비쵸크 얘기가 나오는 바람에(수강생 중 한 분이 캐비쵸크 구독자이심) 난데없이 캐비초크 예찬론과 판매링크 공유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저는 캐비쵸크 만드는 회사 나상룡 대표가 최근에 윤혜자를 통해 ‘들꽃영화제’를 후원하게 된 얘기도 했습니다. 정성갑 에디터를 좋아하는 분이 있어서 정성갑 작가의 책 <집을 둘러싼 모험> 얘기도 길게 했고요.

10만천 원이 나왔는데 수강생들이 저만 빼놓고 ‘n분의 1’을 해서 돈을 내는 ‘바람직한’ 만행을 저지르셨습니다. 고맙습니다. 9시 반쯤 끝낼 생각이었으나 결국 11시가 넘은 시각에야 모두 즐거운 표정으로 헤어졌습니다. 어제 바쁜 회사일로, 또 몸이 불편해서 오시지 못한 두 분 선생님들, 너무 억울해하지 마십시오. 저희 그렇게 재밌게 놀진 않았습니다. 진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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