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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시스턴트 디자이너가 책을 읽는 헤어샵

최은영 작가의 <밝은 밤>을 추천한 이야기

by 편성준


청담동 ‘빗앤붓’은 오랫동안 저의 헤어스타일을 책임지고 있는 고마운 곳입니다. 십 년 동안 저와 아내의 머리를 만지고 있는 박하영 부원장님은 요즘 아이돌 고객들을 관리하느라 중국으로 베트남으로 출장을 다닙니다. 지난주까지 중국에서 일하다 왔는데 오늘 저녁에 또 베트남으로 날아간다는군요.


오늘은 감동적인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지난번 방문 때 어시스턴트 디자이너가 읽을 만한 책을 한 권 소개해 달라 하길래 최은영의 <밝은 밤>이라는 소설을 추천했는데요, 오늘 머리를 감겨주며 그 책 잘 읽었다고 인사를 하는 겁니다. 너무 술술 읽히고 재밌어서 소설 읽는 기쁨을 새삼 깨달았다면서요. 소설 앞부분에 나오는 ‘머릿속을 물로 깨끗하게 헹구고 싶다’는 표현이 너무 공감되었다는 구체적인 소감까지 전해 주었습니다. 뿌듯한 일이었죠. 우리는 소설에 나오는 새비 아줌마와 바느질 하던 할머니 얘기 등으로 수다를 떨며 머리를 감았습니다.


더 놀라운 건 그 책을 박하영 부원장이 그 어시의 집까지 택배로 보내줬다는 겁니다. 그날 우리가 하는 얘기를 듣고요. 뭐 이런 문화적인 헤어샵이 다 있답니까. 저는 제가 새로 낸 책 <읽는 기쁨>이 바로 책 권하는 책이라는 얘기를 하며 영업을 했습니다. 저는 참 부끄러움을 모르는 인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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