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김미옥을 읽을 때가 왔다

김미옥의 『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

by 편성준


’도대체 왜 여태 책을 한 권도 안 냈는지 모르겠다 ‘라는 게 일반 독자의 입장이라면 ’김미옥이 책을 내면 다른 작가들이 다 굶어 죽게 된다 ‘라는 게 문단에서 떠도는 괴담이었다. 그런 김미옥의 책 『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가 드디어 우리 집에 도착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책을 받아 열어보니 어렸을 때 가난을 면치 못해하고 싶은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없었던 소녀 김미옥이 나온다. 이어 공황장애에 시달리면서도 글쓰기를 놓지 않았던, 아니 오히려 살기 위해 읽고 쓰기에 더 매진했던 청년 김미옥의 나날들이 가감 없이 펼쳐진다.

그러나 내가 정작 꽂힌 대목은 예전에 페이스북 담벼락에서도 읽었던 ’ 그는 정말 나쁜 남자다 ‘라는 꼭지다. 미국 노동자들의 시인이라 일컬어지는 찰스 부코스키가 자신의 삶을 재료 삼아 극본을 썼던 바르베 슈뢰더 감독의 영화 《술고래(Barfly)》 얘기를 읽으며 전율한다. 미키 루크가 나온 영화 중 최고였으며 술주정뱅이 영화 중에서도 최고다. 나는 이 영화를 KBS 명화극장에서 ’페이 더너웨이의 선술집‘이라는 제목으로 처음 접했고 그 후에 유튜브로 찾아서 영어 대사로 여러 번 보았다. 그런데 이 책에서 이 영화를 다시 만나니 ’이미 알고 있는 작품이라도 누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가치와 감흥이 달라진다‘는 평소의 지론이 다시 확고하게 살아난다.


사실 나는 지금 이럴 때가 아니다. 당장 내가 새로 낸 책 『읽는 기쁨』이 월요일부터 시내 대형서점에 깔린다. 그러니 독자들이여, 이런 엉터리 책에 현혹될 게 아니라 일단 편성준을 먼저 읽어라. 아니다, 김미옥을 먼저 읽고...... 아니다, 역시 편성준을 먼저 읽는 게.......아아, 왜 하필 오늘 이 책이 와 가지고.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어시스턴트 디자이너가 책을 읽는 헤어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