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요셉이 찾아왔다》리뷰
연극이 시작되고 무대에 불이 켜지면 장우산에 종이컵을 매달아 골프공처럼 심각하게 치며 혼잣말을 하는 남자가 나온다. 이 남자는 자기가 예수라고 믿는다. 그러면서 "마리아"라고 소리 높여 누군가를 부른다. 마리아는 그의 여동생인데 이 여성도 정상은 아닌 것 같다. 오빠가 읊조리는 "누구나 죽기에 아름답고 똑같은 입맞춤은 없다" 같은 엉터리 시를 비웃는 것은 물론 "내가 마리아면 오빠는 내 아들이잖아?"라고 어긋난 호칭을 지적하다가도 기도 하자고 하면 얼른 무릎을 꿇고 오빠의 주전자 물세례와 인도에 따라 두 손을 모은 채 통성기도를 하니 말이다.
기도 끝에 아멘, 대신 아민, 이라고 외쳐서 "너는 신앙심이 없구나"라는 오빠의 비난을 듣는 이 여성은 알고 보면 밤에 밖에 나가서 몸을 팔아 집세와 십일조를 내는 살림꾼이다. 마리아가 '아민'이라 외칠 때 오빠 역을 맡은 윤제문이 놓치지 않고 "이디 아민?"이라고 지나가듯 예전 아프리카 독재자 이름을 슬쩍 흘리는 장면을 보면서 나는 이게 오갈 데 없이 '박근형표 연극'이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극단적 설정에 과장된 연기, 그리고 이죽거리는 말장난 등등은 천재적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박근형의 전매특허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연극 《요셉이 찾아왔다》는 자신을 예수라고 믿는 사내와 그의 여동생 마리아에게 진짜 요셉이(사실은 진짜 요셉이라고 믿는)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박근형은 명백하게 기독교에 시비를 거는 형식으로 연극의 플롯을 짜고 있는데 하필 왜 이런 위험한 모험을 감행하는 걸까. 내 생각엔 다른 종교에 비해 기독교가 상대적으로 극성스럽고 열정적이기 때문이지 다른 뜻은 없는 것 같다. 그러니까 박근형은 기독교라는 특정 종교를 비웃는 게 아니라 세상의 종교 그 차체를, 나아가 이 세상 전체를 비웃는 것이다. 혹시 이 세상은 거대한 착각의 집합체 아닐까?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말이다.
출연 배우 네 명 중 황보란 배우만 인스타그램 아이디가 있길래 찾아보니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다. 와, 대단하다, 라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생각이 열려 있지 않으면 소화하기 힘든 역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짜 신앙심이나 자존심은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영역까지 유머와 풍자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읽은 조성기 선생의 자전적 소설 『아버지의 광시곡』에서 대학 때 기독교에 심취했던 자신을 '예수쟁이'라고 거침없이 표현하는 문장을 보고 유쾌한 웃음을 터뜨렸던 것처럼 말이다.
기발한 대사와 열정적인 연기로 인해 객석에선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공연이 끝나고 극장 밖으로 나와 이호열 배우에게 인사나 하고 가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조감독을 맡은 안소영 배우가 뒤늦게 와서 반갑게 인사를 했다. 내가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었더니 흔쾌히 허락을 해서 아내까지 세 사람을 앵글에 담았다. '박근형 연출이 지금 오고 계시다'라면서 이호열 배우는 오늘 밤에 연극 연습이 있을 거라는 말도 했다. 박근형 연출이 대사를 아직도 고치고 있어서 또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는 "의욕 넘치는 작가님 만나서 배우들이 아주 죽어 나는군요."라는 얄미운 위로 인사를 하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이래서 박근형의 연극은 두 번 볼 때가 많다. 나중에 다시 봐도 이상하고 재밌기 때문이다. 2024년 5월 26일까지 대학로 연우소극장에서 상연한다. 재밌다. 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