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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Jun 29. 2024

유이월 작가를 만났던 버찌책방 북토크

대전 버찌책방 『읽는 기쁨』후기

대전에 있는 버찌책방으로 가는 목요일 아침은 몇 년 만에 걸린 감기로 몸도 불편한 데다가 전날 뜻하지 않게 동네 친구와 술도 마시는 바람에 잠이 모자란 상태였다. 그런데도 나는 새벽에 일어나 이것저것 읽으며 여유를 부리다가 내가 전날 KTX 표를 취소하고 고속버스 예매로 바꿨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서울역이 아니라 고속버스터미널까지 가야 했던 것이다. 서둘러 가방을 챙기고 아내에게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전절역을  향해 달려갔다. 다행히 정시에 고속버스를 탈 수 있었고 버찌책방 조예은 대표로부터 이영진 님이 유성터미널로 오고 있다는 전갈을 받았다. 이영진 님은 예전부터 나의 책을 좋아해 주고 관심을 가져준 인스타그램에서 'not_to_be_seen___'이라는 아이디로 활동하는 고마운 독자였다.

우리는 유성터미널에서 처음으로 반갑게 인사를 하고 그의 차를 타고 버찌책방을 향해 달렸다. 차 안에서 새삼 우리의 인연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며 놀랐고 영진 님은 자기를 '영진 씨'라고 부르라고 했다. 책방에 들어서려는 순간 나를 반긴 사람은 '소행성 책쓰기 워크숍' 멤버인 강동완 선생이었다. 예산에 서는 강 선생이 부인과 함께 내 북토크를 보러 온 것이었다. 놀랍고 고마운 참가자였다. 감동완 선생은 사과파이가 가득 담긴 상자를 선물로 주시기도 했다.


나머지 열다섯 분도 마찬가지로 모두 고마운 사람들이었다. 조예은 대표의 소개로 앞자리에 선 나는 처음엔 다소 딱딱한 어조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읽는 기쁨』이라는 책을 쓰기까지의 과정을 얘기하려니 그전에 쓴 세 권의 책 얘기를 하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카피라이터로 일하다 작가로 전업을 하게 된 과정도 설명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거기엔 당연히 독서와 글쓰기가 들어갔다. 내가 친구들 얘기를 하며 '새끼'라는 단어를 사용하자 분위기가 약간 풀어지는 듯했고 생식과 관련된 욕을 몇 마디 곁들였더니 책방 안이 아주 화기애애해졌다. 마침 책에서 언급한 작품을 쓴 유이월 작가가 오셨다고 소개를 하자 사람들이 놀라워하며 박수를 쳤다. 나는 다른 분들도 한 분 한 분 이름을 묻고 여기에 오게 된 사연을 들었다. 버찌책방의 단골인 분들도 있었고 세종, 옥천 등에서 온 분들도 있었는데 이영진 씨의 추천과 추동이 결정적 게기인 것 같았다.


조예은 대표가 사전 질문 내용을 다시 소개해서 책을 고르는 방법이나 리뷰 쓰는 방식 등에 대해 답하고 가져간 리뷰 노트 세 권도 보여 드렸다. 나는 독서모임에서 읽을 책을 소개해 달라는 이영진 씨의 질문엔  유이월의 『찬란한 타인들』을 추천했다. 마지막으로 조 대표에게 왜 책방 이름이 버찌냐고 물었더니 회사 독서모임에서 만난 남편 이야기를 했다. 그가 선물한 그림책에 버찌 사연이 있었는데 결국 결혼하고 책방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저자 사인까지 모두 마치고 헤어질 때 조 대표가 선물로 책과 드립백 두 봉을 주었는데 책은 남편 돌고래(필명)가 쓴 『그림책을 읽고 약을 끊었습니다』였다. 나중에 집에 와서 펴보니 불안장애, 우울증 등으로 5년이나 정신과 상담을 받았던 남편이 아이에게 매일 그림책을 읽어주며 병을 극복한 따뜻한 이야기가 들어 있었다. 책은 인디자인을 공부한 조 대표가 직접 만들었다고 하는데 본문 안에 조 대표의 글도 들어 있었다.


행사가 모두 끝나고 미리 약속했던 유이월 작가, 그리고 새로 합류한 이영진 씨 이렇게 셋이 계룡스파텔 근처 온천손칼국수에 가서 주꾸미와 칼국수를 먹었다. 이영진 씨는 평소 계룡호텔에서 목욕을 하고 여기 와서 칼국수를 먹는 게 아주 좋아하는 코스인데 이렇게 작가들과 오게 되어 꿈만 같다고 말했다. 아침을 굶고 간 나는 허겁지겁 음식을 먹었는데 내가 음식을 먹을수록 얼굴색이 밝아지는 게 신기하다며 두 사람이 웃었고 나는 "제가 단순해서 그래요."라며 부끄러워했다. 사실 배가 너무 고팠던 것이다. 유이월 작가는 밝으면서도 점잖고 어른스러운 사람이었다. 요즘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정지돈 작가 논란(전 연인과 있었던 일이나 그의 사생활을 무단으로 소설에 사용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에 대해서는 '상상력이 얼마나 부족하면 있었던 얘기를 그대로 쓰냐'라면서 개탄했는데 나도 같은 생각이었다. 아무리 그대로 쓰더라도 똑같을 리가 없는 법인데 당사자나 그 주변 사람들이 읽고 특정인의 얘기라고 느끼게 썼다는 것은 양심이든 정신이든 하나는 없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나의 생각이었다. 유이월 작가는 그 밖에도 우리가 공통으로 알고 있는 어떤 인물에 대해 나와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놀라웠다. 세상을 보는 방식이 비슷한 사람을 만났다는 생각에 괜히 안심이 되고 기분이 좋아졌다. 유이월 작가는 빠른 시일 내에 다시 만나자고 하고는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갔고 나는 이영진 씨 차를 타고 유성터미널까지 가서 버스를 타고 집으로 왔다. 칼국수와 주꾸미값은 유이월 작가가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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