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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Jul 31. 2019

잡지 인생 중간정산

소장하고 있던 잡지들을 기증하기로 했습니다  

현대문학 12권
문학사상 2권
창작과비평 1권
KINO 21권
IMAZINE 6권
예감 1권
상상 11권
REVIEW 6권
문예중앙 5권
판타스틱 24권

현대문학은 고등학교 때 동네 친구들과 고스톱 쳐서 딴 돈으로 덜컥 일 년 구독을 했던 문학잡지였습니다. 문학사상은 고등학교 3학년 때 국어 선생님이 김영태 시인의 <벌레 구멍>인가 하는 시를 가르쳐 줘서 샀던 것 같습니다. 한참 개봉관을 찾아다니며 영화를 보던 시절에 '영화도 무기가 될 수 있다'라고 외치던 정성일 편집장에게 속아서 KINO를 달마다 사서 모으기도 했습니다. 씨네21은 사기도 하고 독자 투고도 하고 하면서 그야말로 수백 권을 모았었는데 지지난 번엔가 이사하면서 과감히 버렸습니다. 가슴이 쓰리더군요.

상상과 REVIEW는 1990년대에 잘 난 척하는 젊은이들의 필독서였습니다. IMAZINE도 야심 찬 출사표와는 달리 나오자마자 사라진 잡지였습니다. 예감은 강수연 노충량 스캔들이 까발려져 있어서 샀던가 했습니다. 문학동네라는 잡지는 창간호부터 샀었는데 잡지는 망하고 출판사는 흥하더군요. 판타스틱은 폐간될까 봐 조마조마하면서 샀던 잡지였는데 아니다 다를까 월간, 격월간, 계간 등으로 널을 뛰다가 결국 폐간되더군요. 배명훈, 정세랑 같은 작가들을 처음 만난 곳이었습니다. 얼마 전에 SF부흥회 행사에서 박상준 발행인을 뒤늦게 만나기도 했습니다.

이사 갈 때마다 버리지 못하고 짊어지고 다니던 잡지들입니다. 그런데 '성북동소행성'이라는 작은 공간에 살다 보니 좁아터진 책꽂이가 부담스럽더군요. 그래서 아내와 의논한 뒤 소장하고 있던 잡지들을 설재우 대표가 운영하는 서촌의 문화공간 '별안간'에 기증하기로 했습니다. 설 대표가 외국에서 돌아오면 바로 제가 쏘카를 빌려 싣고 갈 생각입니다. 혹시 예전 잡지들 중에 다시 찾아보고 싶은 게 있으면 별안간으로 오십시오. 가끔 저도 갈 테니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고 커피라도 한 잔 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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