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하고 있던 잡지들을 기증하기로 했습니다
현대문학 12권
문학사상 2권
창작과비평 1권
KINO 21권
IMAZINE 6권
예감 1권
상상 11권
REVIEW 6권
문예중앙 5권
판타스틱 24권
현대문학은 고등학교 때 동네 친구들과 고스톱 쳐서 딴 돈으로 덜컥 일 년 구독을 했던 문학잡지였습니다. 문학사상은 고등학교 3학년 때 국어 선생님이 김영태 시인의 <벌레 구멍>인가 하는 시를 가르쳐 줘서 샀던 것 같습니다. 한참 개봉관을 찾아다니며 영화를 보던 시절에 '영화도 무기가 될 수 있다'라고 외치던 정성일 편집장에게 속아서 KINO를 달마다 사서 모으기도 했습니다. 씨네21은 사기도 하고 독자 투고도 하고 하면서 그야말로 수백 권을 모았었는데 지지난 번엔가 이사하면서 과감히 버렸습니다. 가슴이 쓰리더군요.
상상과 REVIEW는 1990년대에 잘 난 척하는 젊은이들의 필독서였습니다. IMAZINE도 야심 찬 출사표와는 달리 나오자마자 사라진 잡지였습니다. 예감은 강수연 노충량 스캔들이 까발려져 있어서 샀던가 했습니다. 문학동네라는 잡지는 창간호부터 샀었는데 잡지는 망하고 출판사는 흥하더군요. 판타스틱은 폐간될까 봐 조마조마하면서 샀던 잡지였는데 아니다 다를까 월간, 격월간, 계간 등으로 널을 뛰다가 결국 폐간되더군요. 배명훈, 정세랑 같은 작가들을 처음 만난 곳이었습니다. 얼마 전에 SF부흥회 행사에서 박상준 발행인을 뒤늦게 만나기도 했습니다.
이사 갈 때마다 버리지 못하고 짊어지고 다니던 잡지들입니다. 그런데 '성북동소행성'이라는 작은 공간에 살다 보니 좁아터진 책꽂이가 부담스럽더군요. 그래서 아내와 의논한 뒤 소장하고 있던 잡지들을 설재우 대표가 운영하는 서촌의 문화공간 '별안간'에 기증하기로 했습니다. 설 대표가 외국에서 돌아오면 바로 제가 쏘카를 빌려 싣고 갈 생각입니다. 혹시 예전 잡지들 중에 다시 찾아보고 싶은 게 있으면 별안간으로 오십시오. 가끔 저도 갈 테니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고 커피라도 한 잔 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