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의 책장 7월의 책으로 선정된 『살짝 웃기는 글이 잘 쓴 글입니다』
며칠 사이 인스타그램에서 이상하고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내 책 『살짝 웃기는 글이 잘 쓴 글입니다』가 자꾸 피드에 올라오는 것이었다. 그냥 사진만 올라오는 게 아니라 내 책을 들고 춤을 추는 여성의 동영상까지 등장했다. 이게 어찌 된 일일까 알아보니 <쓰기의 책장>이라는 온라인 글쓰기 챌린지를 운영하는 박애희 작가의 책 선정 덕분이었다.
'쓰기의 책장'은 매달 글쓰기에 관련된 책을 선정해 함께 읽고 박애희 작가의 질문에 대답하는 형식으로 글을 써 밴드에 올리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이었다. 그런데 7월엔 내 책 『살짝 웃기는 글이 잘 쓴 글입니다』가 '이달의 책'으로 정해져 스무 명의 회원들이 날마다 그 책을 읽고 필사를 하거나 글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 작가를 오래 했고 『인생은 언제나 조금씩 어긋난다』 등 몇 권의 에세이를 내기도 했던 박애희 작가의 리뷰를 읽고 눈물을 흘릴 뻔했다. 박 작가는 '쓰는 사람의 고독'을 깊이 이해하고 있었다. 그는 내가 책과 영화, 연극, 다큐멘터리, 인터뷰에서 찾은 창작자들의 말을 전하느라 언급한 책 제목들을 노트에 쭈욱 적어 보니 50권도 넘더라면서 '책은 295페이지 정도 되지만 작가가 이걸 쓰기 위해 본 자료의 페이지 수와 그걸 녹여서 글로 쓰기 위해 애쓴 시간들, 그 숱한 고민의 밤이 보이는 것 같아 울컥했다'라고 썼다. 그러면서 책을 편집할 때 마지막에 이 책들을 따로 빼서 정리해 주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이디어까지 제공하고 있었다.
나는 너무 놀라고 고마워서 박 작가에게 당장 인스타그램 메시지를 보냈다. 스무 명이나 모여 한 달 내내 내 책을 읽고 있었다는 사실이 너무 놀랍다. 고마워서 그러니 회원들을 한 번 만나 인사라도 전하게 해 달라. 온라인으로만 만나고 아직 서로 얼굴도 못 봤다고? 잘 됐다. 마침 내게 줌 계정이 있으니 가까운 시일 내에 미팅을 한 번 갖도록 하자. 그렇게 해서 2024년 8월 1일 목요일 오전 11시에 '쓰기의 책장' 멤버들과 이달의 책 작가가 만나는 줌 미팅이 이루어졌다.
쓰기의 책장 회원들은 서로 '쓰님'이라는 명칭을 스고 있었다. 나는 쓰님들을 만나기 전 그들의 인스타그램 피드애 들어가 내 책에 대해 쓴 글들을 읽어 보았는데 "한 마디로 수작이다"라는 평은 기뻐서 여러 번을 읽고 또 읽었다. 줌을 통해 만난 회원들은 난리가 났다. 나는 물론 다른 분들과도 얼굴을 대하는 건 처음이라는 것이었다. 내 책을 들고 춤을 춘 몰랑맘 승연 님은 춤을 배운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스스로를 '춤추는 북스타그래머'로 규정하고 있었다. 글쓰기는 하고 싶은데 합평이 무서워 망설이다가 여기 오게 되었다는 나경 님, 우울증을 앓았는데 글쓰기를 한 후 많이 개선되었다는 소현 님, 글쓰기는 질색이었는데 선착순이라는 말에 승부욕이 발동해 들어왔다는 진자 님, 인스타툰을 그리는 기이맘 님 등 저마다의 스토리를 가진 멋진 분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나라를 구할 것도 아니고 그냥 내가 쓰고 싶은 걸 쓰면 되지'라는 내 책 글귀에 감화되어 끝까지 읽었다는 분이 많았고 '육아가 아니라 유격'이라는 제목의 책을 준비하고 있다는 고유동 님은 글쓰기로 대통령 상까지 받았다는데 직업을 물으니 군인이라고 했다. 대대장이란다(그럼 계급은 중령이다). 고유동 님에게 감화되어 따라온 까토리 님도 군인이었는데(여성이다) 계급을 물으니 소령이란다. 나는 이상한 군인들이다, 군인들이 무슨 책을 이렇게 많이 읽고 글을 이렇게 꾸준히 쓰냐,라고 싱거운 소리를 했다. 내 책을 끝까지 술술 다 읽게 되더라고 한 다람 님은 10년을 넘게 편집자로 일한 분이고 박애희 작가가 보낸 응원 편지에 눈물을 뚝뚝 흘렸다는 기쁨맘 님도 있었다. 이가영 님은 자신이 원래 웃기는 사람인데 웃기를 글을 쓰지 못하다가 내 책을 읽고 용기를 내게 되었다고 한다. 창원에서 수학학원을 운영하는 노미화 님은 1기부터 참여해 왔고 박애희 작가의 『어린이의 말』이 너무 좋았다고 했다. 2기부터 참여했다는 김선희 님은 잠깐 얘기를 하는 걸 들었는데 딕션이 무척 훌륭했다.
나는 『살짝 웃기는 글이 잘 쓴 글입니다』의 원제가 '유머와 위트가 당신의 글을 살린다'였다는 얘기부터 결혼식 축사를 써가지고 가 식장에서 읽으며 있었던 해프닝 등으로 구라를 풀었다. 글쓰기에 관한 조각조각 이야기들은 생각날 때마다 얘기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번 주 토요일 아침에 나오는 국민일보 칼럼 '진지하게 웃기는 인생'엔 이사에 얽힌 해프닝에 대해 썼으니 꼭 읽어 달라는 뻔뻔한 부탁도 했다. 즉흥적으로 제안한 자리였지만 만족도가 높은 모임이었다. 어느덧 한 시간이 흘러 12가 되었고 모두 작별 인사를 했다. 뒤늦게라도 누군가 내 책을 읽고 감화를 받고 있다는 걸 안다는 것은 작가로서 누리는 행복이다. 더구나 한 사람이 아니고 스무 명이나 되다니. 나는 소독차 뒤꽁무니를 쫓아다니다가 주저앉아 있던 아이처럼 몽롱하게 한 시간 정도를 보내며 자꾸 히죽히죽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