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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Aug 20. 2024

책을 쓰러 온 일곱 분의 예비 작가들

소행성 책쓰기 워크숍 18기, 느낌이 좋습니다


지금은 보령이지만 어제 저와 아내 윤혜자는 서울에 있었습니다. 소행성 책쓰기 워크숍 월요일 저녁반이 시작하는 날이었으니까요. 광화문 피어선빌딩 5층에 있는 청춘여가연구소의 '비욘드 라이프'에 여섯 분이 처음으로 모였습니다. 워크숍 멤버는 총 일곱 명이지만 한 분이 중국 출장을 가는 바람에 오지 못했습니다. 일 년에 두 기수만 운영하는데 벌써 18기입니다. 이번엔 다른 기수보다 인원이 좀 많습니다. 그렇게 됐습니다.


멀리 남해에서 오신 분도 있고(광화문에 숙소를 정해 하루 묵고 가신답니다) 옥천, 의정부, 보령에서 오신 분도 있습니다. 물론 서울에 사는 분들도 계시고요. 지방에서 오시는 분들은 너무 힘든 일정이기에 이번부터는 10번의 수업 중 절반은 줌으로 만나기로 시스템을 바꾸었습니다. 그렇다고 전체 수업을 모두 온라인으로 할 수는 없습니다. 책 쓰기라는 작업은 얼굴을 마주 보고 얘기를 나누어야만 전해지는 공감과 통찰의 순간들이 분명히 따로 있으니까요.


이번에 특이하게 여군이 한 분 오셨습니다(소령님입니다). 해외에서 식당을 개업한 분도 있고 남편과 웹기획사업체를 이끌어 가는 분, 임종간호사를 하신 분, 택견 지도사도 있습니다. 고등학교 선생님이었다가 온라인 사업자로 변신한 분도 있습니다 그리고 잘 나가는 극작가 겸 연출가도 한 분 오셨습니다. 저희 워크숍엔 작가나 감독으로 활동하며 이미 책을 여러 권 낸 분들이 오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저는 이런 분들이 오는 이유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마 책을 낸 경험이 있더라도 혼자서 책을 쓰는 건 쉽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더구나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나 추구하는 바를 한 권 분량으로 써내는 건 보통 결심으로는 이루기 힘든 작업이죠.


그래서 도움이 필요합니다. 다행히 출판기획자 윤혜자는 개개인에게 숨어 있는, 그리고 그 사람에게 어울리는 기획 방향이나 콘텐츠를 잘 뽑아냅니다. 저는 글쓰기 동력을 추동하는 데 재주가 있는 편이고요. 글이라는 건 쓰면서 생각이 발전하고 깊어지는 것이지 처음부터 완성된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글을 쓰게 하는 원동력은 신선한 아이디어나 지식이 아니라 절박함입니다.

저희는 그동안 저희 워크숍을 거쳐 작가가 된 분들(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분도 있습니다)의 공통점이 '저희가 시키는 대로 이 주일에 한 번씩 열심히 써서 5.5개월 간의 워크숍이 끝나기 전에 초고를 완성한' 분 들뿐이었음을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숙제를 성실하게 해 온 사람만 살아남는다는 뜻이죠. 처음 오신 분들에겐 부담스러운 주문이겠지만 아무리 돌려 말해도 결론은 똑같습니다. 좋은 내용이라도 작가가 쓰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 겁니다. 쓰는 사람만이 작가인 겁니다.


『몬스터』 『마스터 키튼』 『20세기 소년』 등 걸작 만화를 그린 우라사와 나오키는 이런 작품을 쓸 수 있었던 원동력을 묻는 인터뷰어의 질문에  '남들보다 인생을 좀 더 깊이 살려고 노력했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저는 책을 쓰는 분은 남들보다 인생을 좀 더 깊이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라 생각합니다. 이번에 저희들과 함께 책을 쓰러 오신 분들도 워크숍이 끝나는 날엔 각자의 인생이 좀 더 깊어지고 밝아질 것이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제 사진을 흑백으로 올립니다. 워크숍 끝나는 날 똑같은 사진을 컬러로 다시 한번 올려 보면 어떨까 싶어서요. 분명 달라진 자신을 발견하실 수 있을 겁니다. 모두 그렇게 되시기를 너무나 바라고 있습니다, 지금  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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