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OC의 연설을 들으며 느낀 것들
"제가 의원이 되었을 때부터 공화당원들은 저를 공격했습니다.
제가 다시 바텐더로 돌아가야 한다면서요.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어요.
언제든지 기꺼이 돌아갈 수 있습니다.
삶을 위해서 일하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죠."
정치는 말로 하는 것이므로 정치인들이 말을 잘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그런데 말을 잘한다는 건 순발력 있게 농담을 잘하거나 토론회에서 상대방을 공격해서 이기는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 말을 잘한다는 것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명료하게 정리하고 거기에 진정성 넘치는 스토리를 싣는 것이다. 새벽에 일어나 새 책에 쓸 자료들을 뒤지다가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첫날 최대 스타로 떠올랐다는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AOC)의 연설 이야기를 한국일보에서 찾았고 곧바로 유튜브로 가서 시청했다.
자신의 과거 이력을 두고 도널드 트럼프가 '바텐더로 돌아가라'라고 비아냥거렸던 것과 관련해서 그녀는 위의 문장처럼 받아쳐 청중을 열광시켰다. 그런데 이 연설을 잘 들어보면 그녀가 얼마나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지도 알 수 있다. 특히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신 것처럼 저는 6년 전 뉴욕의 식당에서 일하며 오믈렛 주문을 받고 있었습니다.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못했죠......"로 이어지는 자신의 배경 설명이 그렇다.
미국인들은 오바마 이후 최고의 연설자가 나타났다고 떠드는 모양이지만 나는 AOC의 이 연설을 들으며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떠올랐다. AOC처럼 연설 중간중간 청중들과 교감하는 시간을 가질 줄 아는 연설자는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두 사람뿐이었던 것 같다. 역대 대통령 중에선.
https://youtu.be/R2eFBHLcmdw?feature=shar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