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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Oct 05. 2024

소설가가 찾아낸 문학과 술의 연결 지점들

김혜나 에세이 『술맛멋』


북토크를 마치고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니 컴컴한 '야소주반' 거실에 김혜나 작가의 에세이 『술맛멋』이 몇 권 쌓여 있었다. 나와 아내의 책 옆에 같이 누워 있으니 괜히 정겨워 보였다. 나는 책값은 나중에 김은하 대표에게 내야지 생각하고 일단 책을 들고 방으로 들어와 펼쳐 읽다가 함부로 밑줄을 치고 페이지를 접어 도그지어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제 이건 내 책이라는 표시를 한 것이다.


이 책은 작가로 살며 전국을 떠돌다가 지금은 강원도 속초에 살며 소설을 쓰고 있는 김혜나라는 작가가 문학과 술의 연결 지점을 절묘하게 찾아내 쓴 에세이 모음집이다. 목차를 뒤져 야소주반의 '건축가가 빚은 막걸리' 이야기부터 찾아 읽기 시작했지만 역시 소설가의 에세이라 그 밖에도 술과 사람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문학을 전공하고 등단은 하지 못한 상태에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다 청주 무심천변에서 눈물을 흩뿌리며 습작을 하던 서러운 시절 얘기도 나오고 등단 이후 혼자 살면서 맛보던 여러 가지 술과 안주 이야기도 나온다. 한창훈의 단편 이야기를 시작으로 중학생 시절 여러 번 읽었던  이청준의 「눈길」 이야기, 심훈의 『상록수』 이야기,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나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현기영의 『지상의 숟가락 하나』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 등 여러 작가들의 작품 이야기가 술과 섞인다.


나는 특히 김 작가가 글 쓰는 걸 못마땅하게 여기던 어머니가 딸의 등단 후 작품이 나올 때마다 신문기사는 물론 작가 인터뷰, 지방지 기사까지 빠짐없이 스크랩한 이야기가 가장 가슴에 남았다. 내가 습작할 때는 그렇게 싫어하더니만... 하고 투덜댔더니 어머니는 "네가 소설 쓰는 게 싫었던 게 아니라, 소설 때문에 상처를 입을까 봐 두려웠어."라고 했다.  


나는 책장을 휘리릭 넘기다가 J.D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부분에서 내 새 책 원고로 쓸 부분을 발견하고 환호작약한 뒤 편안한 마음으로 책을 덮었다. 나중에 서울 가서 천천히 읽어야지. 김혜나 작가가 좋은 술 아껴 마시듯이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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