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자식을 위해 사는 부모님들을 생각합니다
하나 둘도 아니고 자식을 다섯이나 낳아 기른 부모님들은 얼마나 고생이 많았을까요. 예전에 그런 생각을 하며 금호동의 '오남매곱창' 이야기를 제 책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에 쓰기도 했었는데 오늘 아침 보령의 집 근처를 산책하다가 또 오남매 간판을 만났습니다. 이번엔 '오남매측량토목설계'입니다. 마침 수능일을 맞아 자식 걱정에 편히 쉴 날 없는 이 땅의 부모님들을 생각하며 예전에 책에 썼던 글을 소환해 봅니다. 제가 무척 좋아했던 글이기도 하거든요.
<금호동 오남매곱창>
금요일 저녁에 친구들과 술을 억장으로 마시고 또 스마트폰을 식당에 두고 왔다. 3차로 간 집이 금호동에 있는 '오남매곱창'이라는 곳이었는데 기적적으로 내 주머니에 그 집 영수증이 남아 있는 것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아내는 어젯밤 자신이 오남매곱창 주인아주머니와 통화한 내용을 전해 주었다. 내가 전화기를 놓고 가는 바람에 주인아주머니가 얼른 들고 뛰어나왔지만 나는 이미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해 가고 있는 상황이었다는 것이었다. 그 얘기를 듣고 오남매곱창집으로 전화를 해보았지만 받지 않았다. 저녁에나 문을 여는 가게가 아침부터 전화를 받을 리가 없었다.
나는 오남매라는 이름이 괜히 재밌어서 아내의 스마트폰을 빌려 인스타그램에서 '오남매'를 검색해 봤더니 오남매곱창은 물론 오남매닭갈비, 오남매식육식당, 오남매감자탕, 오남매풍천장어, 고창오남매식당 등 오남매들이끝도 없이 이어지는 것이었다. 이렇게 오 남매를 낳은 부모님들이 많으실 줄이야.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는 ”오 남매는 많아도 사 남매는 별로 없을 거야.”라는 무의미한 소리를 중얼거리며 자리에 누운 채 '사 남매' 검색을 시도하다가 아내에게 야단을 맞고 스마트폰을 빼앗겼다. 한 달에 한 번 토요일 오후에 만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독서모임 ‘독하다 토요일' 행사가 있는 날이었다. 행사가 끝나고 나 혼자 금호동에 있는 오남매곱창으로 갔다. 두 번째로 가는 길이라 그런지 가게를 찾는 게 한결 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