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계엄령 선포’소동을 보고 든 생각
육군 병장으로 제대했다. 군대 가서 놀란 것은 군인들이 군사훈련 할 때마다 천문학적인 돈이 든다는 사실이었다. 민둥산에다 흰색으로 표적 표시를 하고 아주 안전한 상태에서 포탄을 한 방 쏠 때마다 수억 원이 날아갔다. 탱크나 헬기가 움직일 때도 상상 이상의 기름을 먹는다. 119 소방헬기가 한 시간 뜨는 데 436만 원이 든다고 하니 어제 국회 상공으로 날아온 공격형 헬기의 경우는 당연히 그 이상이다. 더구나 그걸 움직이는 사람들의 인건비를 계산하면 이 또한 엄청난 낭비다. 홍대 앞까지 탱크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들으며 윤석열이 과연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지 알고는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장난스럽게 기름값 얘기를 했지만 윤석열이 두 시간 반 동안 없앤 돈은 상상을 초월한다. 주가가 요동쳤고 국가신용도가 떨어지는 걸 넘어 우리나라는 전 세계의 염려 사항과 동시에 웃음거리가 되었다. 탄핵 시도 횟수 때문에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는 첫마디 이후에 이어지는 이유는 듣는 족족 귀를 의심케 했다. 국회를 종북세력, 괴물로 부르다가 급기야 행정을 마비시키고 마약천국으로 만들었다는 말에는 실소를 할 수밖에 없었다.
윤석열이 훔친 것은 돈만이 아니다. 제대로 준비도 안 된 황당한 계엄령을 선포하는 바람에 한밤중에 온 국민이 느낀 공포와 자괴감은 도저희 금액으로 환산이 안 된다. 김건희의 양평땅이나 디올백은 마이크로 유머일 뿐이다. 중요한 업무를 앞둔 직장인, 오래 기획한 행사를 앞둔 사람들, 하루하루가 칼날 위 같은 소상공인들은 얼마나 가슴을 졸였을까(나도 목요일 특강과 다음 주 월요일 북토크부터 떠올린 게 창피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한 줌 권력을 가졌다고 어떻게 국민들의 삶을 이토록 뒤흔들 수 있단 말인가. 결론은 윤석열이 경제사범으로도 체포되어야 마땅하다는 얘기다. 물론 내란죄로 먼저 최고형을 받아야 하지만, 그렇더라도 이런 죄과를 빼놓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