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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Aug 16. 2019

지옥의 알바라는 택배 이야기

이종철의 [까대기]

이종철의 [까대기]라는 만화책을 보고 있다. '지옥의 알바'라고 불리는 택배회사 중에서도 '까대기'라는 작업은 트럭에 짐을 싣거나 내리는 일을 말하는데 아주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작업 묘사와 택배기사 개개인들의 애환이 돋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작품은 작가가 만화를 그리려고 서울로 올라와 선배 집에 얹혀살면서 6년 동안 택배일로 생활비를 벌었던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완성했기 때문이다.

오전 일을 마치고 힘이 없어서 덜덜 떨리는 손으로 만화를 그리고 포트폴리오를 꾸미고 하던 작가는 알바를 시작한 지 일 년 반 만에 짐을 내리다가 깨진 수박을 함께 나눠 먹던 순간 이 곳의 이야기를 만화로 그려볼 생각을 했다고 한다.

택배물류센터에서는 매일 일을 시작하기 전에 휴대폰과 신분증을 맡기는데, 그 이유는 너무 힘들어 도중에 도망갈까 봐서란다. 얼마나 힘들면 그럴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울컥했다.

택배회사에서 일하다 다치면 다 개인 책임이란다. 의료보험 따위가 있을 리가 없다. 작가 인터뷰를 인터넷에서 찾아보다가 이런 대목이 눈에 들어왔다.

Q : 졸지에 일자리 잃고, 치료받느라 오히려 돈은 더 나가고…. 다쳤을 때 많이 속상하셨겠네요.
 
A : 사실 치료비는 거의 안 들었어요. 병원에 안 갔거든요. 다행히 어떻게 잘 나았고요. 택배 일 하는 분 상당수가 그래요.

해마다 여름이면 아내는 우리집에 오는 택배 기사분들께 차가운 생수를 한 병씩 꼭 챙겨 드린다. 그나마 요즘은 한여름이라 택배를 자주 안 시키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물이 떨어지지 않도록 냉장고를 수시로 살피고 작은 생수를 사다 놓는 건 나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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