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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Aug 19. 2019

다음 중 이 소설의 주제는 뭘까요?  

장강명의 채널예스 칼럼 - '대체 이 책 주제가 뭐지요?'


http://ch.yes24.com/Article/View/39494


장강명의 새 소설집 [산 자들]을 읽고 있다가 우연히(정말 우연히, 다른 신인 소설가의 이름을 검색하려고 채널예스에 들어갔다가, 가운에 떠 있는 조영주 작가의 인터뷰를 건성으로 읽다가, 오른쪽 위에 있는 칼럼니스트들의 사진을 휙 훑어보다가) 장강명의 칼럼을 읽게 되었다. 오늘 저녁 광화문에 있는 '북바이북'에서 이 책을 주제로 하는 장강명의 강연을 듣기로 되어 있기에 잘 되었다는 생각도 약간은 들었다.


[산 자들]은 쌍용자동차 해고사태 때 등장했던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캐치프레이즈에서 나온 말이다. 즉, 정리해고 통지를 받은 자들은 '죽은 자들'이고 받지 않은 자들은 '산 자들'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소설집은 명백히 당대의 노동과 자영업과 직장과 취업과 빚 등에 대한 내용들을 다루고 있다. 어제오늘 반쯤 읽었다.

한편, 장강명 칼럼의 내용은 작가가 작품을 쓰고 나면 '이 책의 주제가 뭐죠?'라거나 '무슨 의도로 이 소설을 쓰게 되었나요?'같은 질문을 많이 받게 된다는 내용이었는데 결국 자신이 글을 쓰긴 했지만 한 마디로 그 작품의 주제를 요약해서 딱 부러지게 설명하기는 매번, 대단히 어렵다는 얘기였다. 동감한다. 그리고 도대체 작품의 주제나 동기가 왜 그렇게 궁금한지도 잘 모르겠다. 주제나 동기가 훌륭하다고 작품이 반드시 좋다는 법도 없는데. 어떤 작가에게든 똑같은 주제를 주고 다시 쓰라고 하면 다르게 쓸 게 분명한데. 그런데도 작가와의 대화나 영화 GV 같은 데 가보면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늘, 너무나 많다. 게다가 자기는 미국에 살다 와서 그러니 양해해 달라면서 영어로 질문을 하는 한국인도 적지 않다. 정말 작가에게 궁금한 게 있는 것인지 아니면 질문하고 있는 자기 자신이 얼마나 멋있게 보이는지 궁금한 것인지 헷갈리는 경우다.

아무튼 칼럼에 쓴 작가의 고충에 동감한다. 더구나 자동차 신차 발표회장에서처럼 프로젝트의 주제를 명쾌하게 제시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강박관념 때문에  “〈변신〉의 주제는 인간 소외입니다”라고 말하는 카프카를 상상할 수가 없는 것이다,라고 고백하는 대목에서는 슬프면서도 어느덧 쿡쿡쿡 웃고 말았다. 오늘 저녁 그를 만나면 이 소설의 주제가 뭐냐는 질문은 하지 않을 생각이다. 차라리 <공장 밖에서>라는 단편은 너무 건조하고 개인의 사연이 극히 절제되어 있어서 흡사 황석영의 데뷔 시절을 읽는 것 같던데 다른 작품들처럼 캐릭터들에게 좀 더 개인적인 스토리를 불어넣을 생각은 없었느냐고 물어볼까. 아, 그런데 이런 건 너무 개인적인 취향에 관한 것이라 질문거리가 안 되는 건 아닌가.  차리리 질문을 하지 말까. 일단 내 질문의 주제부터 정해볼까. 아, 근데 주제 잡기는  왜 이렇게 늘 어려운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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